고덕동성당 게시판

시릴로 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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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연 [sun] 쪽지 캡슐

2000-04-11 ㅣ No.2284

방금 시릴로와 통화를 하였습니다.

 

방금전 신부님의 가슴찡한 글을 읽다가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더니 받더군요.

 

이제 의정부로 가는 전철안이라고....

 

시릴로와의 전화 통화에서 늘 그렇듯이 처음엔 소리를 질렀습니다. "너 어디야? 왜

 

전화안했어?" ---->"지금 의정부가는 지하철이야...도착해서 할라구 그랬지.."하더군요...

 

밥먹구 들어갈꺼라구.....

 

더 얘기하지 못하겠더라구요.. 괜히 울것같아서....

 

"그래, 그럼 잘 다녀오구 편지해!!"

 

--->"알았어, 누나..누나! 상림이가 괴롭히면 편지해..."

 

~~~~짜씩.....

 

그렇게 전화를 끊었습니다.

 

기분이 참.....그렇군요.....

 

괜히 눈물이 날것 같네요.

 

지금 눈을 깜빡 깜빡 하고 있습니다.

 

고1때 여름 성당에서 캠프를 갔어요. 그때 만났죠, 재현이를....

 

난 많이두 나서는 고1 누나였고 재현인 중3.그때까지만해두 재현이는 진짜 조용한

 

아이였어요. 그애가 조용한 애였다는 사건 한가지가 기억이 나는군요. 그해 가을 중3

 

엿파티를 해주었죠. 학생회에서는 해마다 하는 행사였고 전 주관하는 쪽이였죠. 여느때와

 

다름없이 노래를 부르게 되었는데 방금 한사람이 그 다음 사람을 지목하는거였어요. 전

 

노래와 춤을 마친후 고민 끝에 재현이를 지목했죠. 구석에 가만히 앉아 있던......

 

앞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어쩔줄을 몰라 하더군요.... 난 그래도 할줄 알았는데 너무나

 

당황하면서 땀까지 흘리기를 10여분이상.....결국 노래를 부르지 못하고 들어갔어요.

 

난 너무나 재현이에게 미안했지요. 저렇게 얌전한 아이에게 내가 너무도 가혹한 짓을

 

한것은 아닌지......그런 맘을 가진채 1년이 흘러 다음해 여름 캠프를 가게 되었어요.

 

캠프의 마지막날!!! 가요제가 있었죠. 전 뭐 나가고는 싶었으나 노래에는 그다지 소질이

 

없는터라 즐겁게 보고만 있는데 아니 저게 누구야? 바로 정재현이었습니다.

 

곡목은 [잡초!!!!] 그리고는 태연하게 코러스를 넣어줄 사람까지 요청을 하더군요. 그때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던 김민수 마태오 선생님이 코러스를 넣어주었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부는 언덕에 [언덕 언덕] 이름모를 잡초야[잡초 잡초]~~~~"

 

세상에.......저녀석....난 기절초풍을 하였습니다.

 

내 주위 친구들에게 제가 예전에 바로 그애라고 큰 소리로 말해주었습니다.

 

어~참...

 

그렇게 시간은 또 지났고 전 대학에 입학했어요. 재현인 고3 수험생...

 

학기초부터 자기도 입시체육을 한다고 이것 저것 자문을 구하더라구요..수능후에는

 

우리학교에 시험을 보겠다고...

 

우리 학교는 워낙에 시험은 일찍보구 발표는 늘 늦게 하는터라... 재현인 다른 학교에는

 

아마 몇개 떨어졌나봐요. 계속 우리 학교 발표를 기다리던 어느날....전화가 왔어요.

 

재현이의 흥분된 목소리...."누나!!! 나 붙었어!!!" 근데 난 그 목소리가 어찌나 웃기던지.

 

우리 학교 후배가 되었습니다. 재현인 하필 또 내가 있는 태권도 동아리에까지

 

들어왔습니다. 서로 열심히 나오는 학생들은 아니었지만...2학기때 승단(물론 1단 입니다.)

 

심사를 준비하며 겨루기도 하였는데 맘 약한 재현인 절 때리지 못하더군요. 그러나 저는...  

재현이와 영어학원두 함께 다니고 또 재현이는 제가 일하는 학원에서 1년정도를 한번도

 

빠지지 않고 매주 수요일마다 나와 주는 착한 봉사자였습니다. 물론 저희 선생님이 완전

 

무보수로 일하게 하지는 않았지만... 재현이가 아니고는 도저히 그렇게 할수 없는

 

일이었을겁니다. 재현이와 있으면서 늘 정말 이놈 착한 놈이구나..하는 생각 참 많이

 

합니다. 늘 한살 많다는 이유로 재현이를 괴롭히고 놀리지만 한번 화내는 적이 없습니다.

 

또 말두 안되는 내 얘기를 너무나 잘 들어주고 맛있는것두 많이 사주고.....

 

학교 친구들이 나보구 못된 선배라구 욕할 만큼 재현이는 참 착한 동생이였습니다.

 

정말 편한 친구였구요...

 

아마도 이글을 볼수 없겠죠? 100일 휴가 나왔을땐 아마도 몇백개전의 글이 될테니까...

 

재현이가 며칠전에 그러더군요.

 

"가서 몸좀 만들어 올께....."

 

그래!! 정말 멋진 몸매를 만들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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