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동(구 미아3동)성당 게시판

둥지새...

인쇄

김희경 [sopialet] 쪽지 캡슐

2000-04-18 ㅣ No.1902

음~~, 시집 한권을 선물받았는데요.

주는 이가, 너무나 조심스럽게... 너무나 예쁘게 주더라구요.

기뻐서 한번에 다 읽어 버릴 것 같았는데...

근데, 이 한편 읽고선... 더 읽을 수가 없었답니다.

그냥~~, 자꾸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함께 하고파 적어 봅니다.

 

 

 

둥지새      -     정끝별

 

발 없는 새를 본적 있니?

날아다니다 지치면 바람에 쉰다지

낳자마자 날아서 딱 한번 떨어지는데

바로 죽을 때라지

먹이를 찾아 뻘밭을 쑤셔대본 적 없는

주둥이 없는 새도 있다더군

죽기 직전 배고픔을 보았다지

 

하지만 몰라, 그게 아니었을지도

길을 잃을까 두려워 날기만 했을지도

뻘밭을 헤치기 너무 힘들어 굶기만 했을지도

 

낳자마자 뻘밭을 쑤셔대는 둥지새

날개가 있다는 걸 죽을 때야 안다지

세상의, 발과 주둥이만 있는 새들

날개 썩는 곳이 아마 多情의 둥지일지도

 

못 본 것 많은데 나, 죽기 전 뭐가 보일까

 

 



36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