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동성당 게시판

[RE1857] 식구(食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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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학 [yhim] 쪽지 캡슐

1999-10-20 ㅣ No.1859

† 찬미 예수님

 

아정아!  동욱이 아빠다.

출근해서 P.C.를 켜는 순간 네 글이 눈에 띄더구나.

 

그동안 네 아빠랑 만나면서(주 1회)네 얘기 많이 들었다.

아빠도 널 자랑스러워하고 보고싶어 하시더라.

가끔은 술기운에 억지로 눈물도 참으시고...

 

나는 식구라는 이 말을 늘 엄숙히 받아들인단다.

같이 식탁에 앉아 빵을 나눈다(우리는 밥을 먹는다 하지)해서 식구(食口)라고 하는 이 말이 가장(家長)의 책임을 느끼게 하더구나.

 

뻐구기 둥지에서도 우리의 삶과 같은 생활이 반복됨을 본다.

새끼들을 키우기 위해 아빠 뻐구기는 몇십리를 비행하여 먹이를 구해오고 엄마 뻐꾸기는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아빠 새가 둥지로 돌아 올 쯤이면 아기 뻐꾸기들은 입이 찢어져라 발버둥치다가도 엄마품에 새끈새끈 밤을 새는 모습을 연상해 보았다.

 

아빠들도 힘든 하루의 삶을 도란도란 나누는 식구들의 얘기를 통해 또 다시 활력을 얻고 다음날이면 바깥 세상으로 나가지, 학교에 가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라 여겨진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의미는 인간에게 있어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는 문제만이 아닌 구성원의 결속과 가족이라는 피내림의 애끓는 사랑을 확인함에 있다고 보아진다. 그렇게 해서 어른이 되면 또 다른 식탁을 꾸미게 되고 그 생활은 자식에게로 이어지는 것이 창조의 연속이라 여겨진다.

 

우리 은영이가 학원에서 돌아 올 때 일으키는 요란한 발자욱 소리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저 놈이 몇동 몇호에 사는지 다 알 정도란다. 무슨 여자애가 초인종을 우당탕탕 누르니! 그것도 4번 5번씩 문 열 때까지 말이다. 그 소리가 없으면 오히려 식구들이 불안해 한단다. 우리 식구들도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하루를 살고 있다. 초라하지만 내 집이 따뜻한 것임을 알기 때문에....

 

지난 방학 때 부쩍 성장한 네 모습을 보고 탈 없이 잘 자라준 것만 해도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 신앙인은 "하느님께서 함께 해 주신다" 라고 믿고 의지하는 것이란다.

글샘골이 생각나면 여기 게시판에 자주 놀러 와라 다들 아는 사람들이니까 멀리 사는 것 같지 않을 거다.

 

그리고 혹시 이 글을 읽을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 김경화양과 차정민군 또 누가 있는데... (갑자기 생각 안나네 치매끼가 있나?) 멀리 사는 우리 동네 사람들 자주 게시판 들어와서 함께 대화하면 외로움을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너무 긴 글이 됐나? 나도 이제 일해야지. 자알 살아라.

 

모두에게 주님의 축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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