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41> 사랑하면 당당하다.

인쇄

해나 [shyj] 쪽지 캡슐

2000-04-15 ㅣ No.4922

그 여자는 회색의 건물이 눈 앞에 보이자 다시 갈등을 느꼈습니다.

 

그 여자는 회색의 건물이 눈 앞에 보이자 다시 갈등을 느꼈습니다.

보고 싶어서 무작정 차를 타고 달려오긴 했지만

어쩐지 쉽게 차에서 내릴 수가 없었지요.

 

 

그 사람이 일하는 사무실이 보이는 곳에 서서 그 여자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쓸쓸한 날들을 좀더 오래 견디고 난 후에 다가가야 하는건 아닐까….

이 정도의 보고 싶음도 참지 못하고 불쑥 나타난 나를 그 사람은 뭐라고 할까….

이런 갈등이 가슴 안에서 떠오르고 사라지곤 했지요.

 

그러다가 그 여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어하는 것이

결코 부끄러움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던 거지요.

늘 만나던 찻집으로 들어섰을 때 뜻밖에도 그는 먼저 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앞에는 한 여자가 앉아 있었지요.

그 여자는 아주 밝고 화사하게 그 남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 여자의 심정을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세상이 다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고, 가슴이 저 밑바닥까지 곤두박질치는 것

처럼 서늘해졌습니다. 심장이 뛰는 것이 아닌데도 마치 설레어서 뛰는 것처럼

마구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참 서글펐지요. 그 여자는….

그가 그 여자를 발견하고는 환하게 웃음지었습니다.

 

“어서 와. 아주 잘왔어, 이리 앉아.”

 

그렇게 말하면서 그 사람은 손을 잡아끌었습니다.

 

그의 건너편 자리에 앉아 있던 여자가 일어나서

씩씩하게 인사하더니 악수를 청했습니다.

그 여자는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미묘한 감정으로

그 후배가 내미는 손을 잡았지요.

 

그 후배의 당당한 모습, 거침없는 말투.

자신의 고민과 진로를 상담하는 자리였지만,

모난 데없이 밝고 신선한 모습이었습니다.

 

그 여자는 말없이, 그리고 조금은 불편한 마음으로 두 사람을 지켜보면서

어느 소설 속에 들어 있던 한 구절을 현실로 문득 깨달았습니다.

소설 속에는 그렇게 씌어 있었습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당당하다’라고 말이지요.

 

처음 그 여자가 소설을 읽었을때에는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당당하다’가 아니라

‘사랑하면 당당하다’라고 해야 맞는 것이 아닐까 싶었던 거지요.

 

사랑하는 사람이 부여하는 그 자신감과 기쁨으로

서로 당당해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사랑의 기쁨>에 나오는 것처럼,

 

‘사랑의 기쁨은 어느덧 사라지고 사람의 슬픔만 남은’그런 시기가 오자,

비로소 그 여자는‘사랑하지 않으면 당당하다’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헤아려야 하는 그 많은 것들.

 

많은 시간을 그사람의 생각으로 채우면 채울수록,

 

사랑하지 않으면 당당하다는 것을 실감했지요.

 

그 여자가 사랑하지 않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 앞에서 당당한 것처럼 ….

 

꼭 같은 의미로 그 여자는 이 사람에게만은 당당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해 가고 있었습니다.

 

후배의 이야기에 귀 기울리고 있는 남자의 곁에 앉아서

그 여자는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자신은 이 남자를 사랑할수록 초라한 느낌을 지우지 못하는데 잠시 와서 고민을

상담하고 가는 후배는 저토록 당당하다는 것이 참 억울하기도 했습니다.

 

사랑하느라고 당당하지 못한 자신을 자랑스러워해야 하는 건지,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저렇게 당당한 후배를 부러워해야 하는 건지 모르는 채로

그 여자는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런 어려운 시간이 지나가면, 그 여자도 언젠가는

이렇게 다시 고쳐 말하게 될 날이 있겠지요.

 

 

-사랑하면 그토록 당당하다.

 

 

 

 

..<사랑하는 마음을 쬐끔,(아주 쬐끔만) 덜어내면

                           조금 당당해질수 있을까나?...^o^>

 

 



64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