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동성당 게시판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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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현 [asinus] 쪽지 캡슐

1999-05-10 ㅣ No.475

헤르만 호이베르스의 시 한편입니다.

 

 

 

 

 

사제는 어머니

 

귀여운 아기 손잡고 뜰에 나가

 

봄 꽃들을 가리키는 어머니인 양

 

그 천진한 눈동자를 햇빛 눈부신 하늘로 올리게 하며

 

하늘 성부의 이야기를 들려 주면서 조그만 손을 모아 창조주께 인사 드리며

 

한뉘 내리 하느님을 믿어 섬기게코자

 

 

 

사제는 아버지

 

묵한 아버지, 그러나 자녀들이 자존심을 가지며

 

식구를 아끼고 조상을 자랑으로 여기는 보람을 지니도록

 

은근히 기대합니다.

 

말없이. 그러면서도 늘 자녀들을 보살피는 어버이 마음 - 그들이 알지 못할지라도

 

 

 

사제는 좋은 이웃

 

웃는 이 함께 웃고

 

설움 고인이 함꼐 눈물 씻어 주는 다정한 벗

 

젊은이들을 순백한 삶으로  예수를 닮으려는

 

드높은 용력을 북돋아 주는 심우

 

 

 

사제는 또 하나의 그리스도

 

산 위의 외로움이 치달아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을 우러러

 

성부께 기도하시는 주를 닮아

 

온 누리가 깊이 잠든 시각에

 

뭇 사람들에게 환희와 복음을 가져오고

 

그들의 자녀를 축복하며

 

고통에 억눌린 이들을 자비의 손으로 어루만지고

 

죄 지은 이를 위로하며

 

드디어는 한 목숨 바쳤어라

 

뭇 영혼을 푸짐하게 살 찌우기 위해

 

정녕 세상의 빛, 생명의 양식

 

착한 목자이시니

 

 

 

사제는 하늘 성부와도 같아,

 

착한 이, 악한 이에게 고루 햇빛 내리시는….

 

자라는 새싹 누질리지 않게,

 

엇나간 탕아를 따스히 안아들임은

 

이승 어버이를 뛰넘는 드넓은 사랑.

 

 

 

이것이 모두 사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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