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일반 게시판

중고등부 교사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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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건기 [jamesbae] 쪽지 캡슐

2000-02-24 ㅣ No.320

지난 2월 20일 주일 날이었습니다. 그날은 우리 성당에 어른들 중심의 윷놀이 대회가 있던 날이기도 하였지요. 몰랐지만 중고등부 교사주최로 무슨 연주회 발표회도 계획이 되어 있던 날이기도 하고요. 또 잘 모르셨겠지만 우리 본당으로 처음 찾아온 예비신자 몇명과 함께 예비신자 공동체 (평화 예비신자 공동체)가 첫 모임을 갖는 날이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한 지붕 아래에서 여러가지 일들이 한꺼번에 이루어지는 그런 복잡한 날이었습니다.

 

교중 미사 후에 예비신자와 함께 첫 교리공부를 하기 위한 공동체 모임을 갖기 위하여 만나기로 되어있던 평화방 교리실로 내려갔더니 예비신자 두 사람이 먼저와서 기다리고 서 있었고 또 필자는 다른 예비신자를 더 안내해야 할 것과 준비물을 챙기기 위해 만남의 방과 지하 교리실을 오르내리고 있는데 아직도 서 있는 예비신자에게 앉으라고 권했더니 의자가 하나도 없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방 저방으로 다니면서 의자를 찾는데 모든 방의 의자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알고보니 중고등부에서 무대를 만든다고 모두 갖고 갔다는 것을 알고 대건방용 의자를 몇개 가져다가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입니까?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되는 모밍 시간 내내 쿵쾅거리는 밴드 소음 소리에 말이 잘들리지 않았고, 그 소음은 처음 찾은 새손님들에게 아주 좋지 않은 첫 인상을 주는 듯해서 매우 미안했습니다.

 

모임이 끝난 후 중고등부 교사실로 찾아가 화를 참지 못하고 야단을 심하게 쳤습니다.

한 분의 선생님이 밖으로 따라 나와서 오늘 2시에 발표회가 있는데 마지막 연습 중이라서 그렇게 되었다고 하면서 미안해 하는 모습을 보고 더 이상 야단을 치지 못하고 올라갔습니다.

 

그런 후 밖에서 곧 벌어진 윷놀이 판에서 승패가 엇갈리는 함성과 탄식 소리에 야단을 친 사실과 청소년을 이해하지 못한 점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습니다.

하루를 반성하는 시간에 문득 중고등부 교사실에서 질러댔던 고함 소리가 필자의 귀를 다시금 울렸습니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고, 나도 그 시대에는 부모나 어른들의 뜻보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더 치중했던 때가 있었고, 또 그런 것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왜 참고 이해하지 못하고 야단부터 쳤을까 하는 후회가 몇일 동안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은 나의 훈계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알고 계시는 하느님 성령의 은혜로 성장하는 것임을 망각하고 있었습니다. 깊이 뉘우치면서 한 순간의 잘못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중고등부 교사 여러분!

그날 마음이 상하셨을탠데 용서바랍니다. 지금 필자 자신은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듣기 싫은 말을 한 그 전날 하루 종일 구토와 설사를 했던 탓에 건강이 좋지 않아 그 좋은 막걸리도 한 잔 못하였고 심적으로 아주 쇄잔해진 탓과 부덕한 찻에 여러분들에게 가슴아픈 말을 한 것이었으니 깊은 이해와 용서를 빕니다. 또 앞으로는 더욱 그대들의 정열을 이해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배건기 (야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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