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해맑은 영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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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준 [bopark] 쪽지 캡슐

2000-12-29 ㅣ No.2053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

콘센트로 엉성하게 지은 그곳에.

30여명이 오순도순......

 

여름에는 한증막이요.

겨울에는 차가운 북서풍이 살을

에이는 그곳에.......

 

부모형제들이 장애자라고

길거리에 버린 사람들을

어느 목사부부가 거두어

살뜻이 보살피며 정겹게

살아가는 그곳.....

 

정상인들이 오히려 머리가

숙여지는 그들의 해맑은 웃음속에서

나는 보았네

우리 주님을.....

 

하루종일 방바닥에 누워서 사는 사람

입이 돌아가고,

사지가 꼬이고,

성장이 멈춰버리고,

나이와 전혀 어울리지 않게

기저귀를 차고 사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그곳...

 

사람이 그리워

들어서자마자

아~빠, 아~빠하며

매달리는 사람들이 있는 그곳...

 

할렐루야!

아멘!으로 응답하며

꼭 안아주고

뺨을 어루만져주고

손을 꼭 잡아주자

환한 웃음과 발음도 제대로

되지 않는 말을 하며 따뜻한 가슴을

진정으로 전해오는 사람들이 있는 그곳...

 

성한 몸이 하느님께

죄스러움으로 다가오도록

느끼게했던 그곳

 

그들의 눈은

욕심 많은 우리들보다는

훨씬 맑은 눈을 가지고 있음을

나는 보았네.

 

정신연령이 7세미만인

그들인지라

눈으로 죄짓지 않고.

입으로 죄짓지 않고.

손발로 죄짓지 않고.

머리로 죄짓지 않으니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네.

 

몸은 성해도 영혼이

병들어있는 우리들은

감사할 줄 모르고

하느님을 원망하며

졸라대기만 하였었지.

 

성한이들의 죄를 대신하여

보속을 하고 있을 그들의

해맑은 영혼들이

무척이나 부러웠던 하루였네.

 

"가장 보잘것 없는 이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을 뵈온 하루였었네.

 

난방시설이 제대로 되지않아

오들오들 떨고있는

예수님의 모습이 잔영이되어

돌아오는 발길이 쉬이 떨어지지 않던

하루였었네.

 

가져도 가져도 지칠 줄 모르는

끝없는 욕심을 잠시 접어둬버린

하루였었네.

 

주님!

그 해맑은 영혼들에게

당신의 크신 은총으로

보살펴 주소서.

 

 

추신:지난 일년동안 제 조잡한 글들을 사랑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모든 형제자매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새해에는 좀더 좋은 글들을 심사숙고하여 올릴 수 있도록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

하느님의 따스한 은총이 모든이들과 함께 하시기를 빌면서

2000년 대희년 12월29일 금요일

 

박재준 (비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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