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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킹신부의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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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novita] 쪽지 캡슐

2002-09-30 ㅣ No.2765

이제 아침 저녁으로는 무척 쌀쌀한 느낌을 받습니다. 기온 차가 많은 요즘 특별히 건강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 성서에서 돌아온 탕자에 대한 이야기를 아시죠?

 

어떤 화가가 이 성서 부분을 읽고서는 돌아온 탕자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돌아온 탕자의 모델이 될 만한 사람을 찾기 시작했어요. 돌아온 탕자처럼 초라한 사람을 찾아서 정신병원, 빈민촌 또 감옥의 죄수들을 찾아 다녔지요. 그러던 어느날 거리에서 돌아온 탕자에 딱 맞는 거지를 발견하였습니다. 화가는 곧바로 거지에게 부탁했습니다.

 

"제 그림의 모델이 되어주면 그 대가로 돈을 주겠습니다."

 

거지는 기꺼이 승낙하였고, 약속 날을 정한 뒤 그날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약속한 날에 거지가 화가의 집으로 찾아갔어요. 그리고 거지는 화가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지요. 그런데 화가는 거지를 몰라보았습니다. 왜냐하면 거지는 패션모델처럼 쫙 빼입고 왔거든요. 그래서 거지는 그때의 거지였음을 이 화가에게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화가는 그 거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당신 원래의 그 거지 모습이 필요했던 것이었습니다. 당신의 이런 모습은 저에게 필요없어요. 그냥 가시지요."

 

이 이야기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이 거지처럼 어떤 착각에 빠져서인지, 자신을 꾸미기에 바쁩니다. 오늘 복음에 나타나는 예수님의 제자들 역시 이런 겉모습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자들 가운데 누가 제일 높으냐고 서로 말다툼을 하고 있지요. 자신들이 특별하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뽑으셨다고 생각하고 있는 제자들의 모습에서 우리들의 모습 역시 발견하게 됩니다.

 

하느님 앞에서 어떻게 하면 사랑받는 자녀가 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사람들 앞에서 누가 더 크게 보이느냐에 자신의 마음을 빼앗겨 버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만 선택되었다는 생각에 한정된 특수 조직을 이루려고도 합니다. 그래서 ’저런 사람이 어떻게 뻔뻔하게 성당에 다니지?’하면서 잘못된 생활을 하는 사람을 소외시키곤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런 제자들의 모습을 보시고 어린아이를 데려다가 곁에 세우신 다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이를 받아들이면 곧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며 또 나를 받아들이면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어린이는 어떻지요? 어린이는 실수도 많이 하고 잘못도 자주 합니다. 이렇게 미숙한 어린이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우리 주위에서 많이 만납니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고, 사람들을 괴롭혀서 공동체의 일치를 깨뜨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아예 상종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너희들이 정말로 나를 받아들인다면, 이들을 사랑으로써 받아들이라는 것입니다.

 

앞선 이야기에서 거지가 선택되었던 것은 거지의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선택된 것은 바로 우리의 본 모습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으로서 받아 주시는 것과 같이 우리들도 우리의 이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랑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그 사랑은 겸손된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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