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 시리즈.9] 개가 된 무영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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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텔과 나우누리에 동시에 올라온 글이랍니다...
넘 우껴서 혼자보기 아깝더군요..
그래서 마구 퍼왔어요....
<< 나의 동물기 >>
나는 동물들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정말 많은 종류의 동물을 키워봤다.
그 중 개종류는 정말 많이 키워봤다고 자부한다. 내가 키우던 개의 종류는
흔히 팥들었슈, 혹은 파토났슈라고 부르는 세인트 버나드 종이었다. 나중
에 알았지만...
이 녀석의 이름은 무영라고 한다
친한 형이 소위 개아범이라고 해서 개들을 여러마리 키우는데 나도 개를
무척 좋아한다고 하니깐 새끼한마리 줄테니 키워보라며 한마리를 주었다.
"그 놈 참 동글동글하고 포근해 보여서 귀엽군..그럼 잘 키울께요..
참..형 우리는 집이 작으니깐 안에서 키워야 하는데 이거 커지는거
아니죠??"
그러자 형은..
"그거 커봐야 거기서 거기야.."
하시며 씨익 웃으셨다.. 아...그 웃음의 의미를 진즉에 알았어야 했는데..
"근데 형 이 개는 무슨 종이야?"
"아..그거? 이름이 길어서 말야...하하..그냥 키워봐.."
음..그럼 이제 넌 나의 강아지고 너의 이름은 "무영"으로 하노라. 집으로 데
려가자마자 씻기기 시작했다.
’흠.. 40일도 안된놈 치고는 좀 큰데? 뭐 하지만 형이 커봐야 거기서 거기
까지라고 했으니깐...이야 정말 귀엽네..’ 난 마냥 즐거워 하며 씻기자 마
자 기념촬영을 했다.
그리고 한 일주일이 지난후 부터 이 녀석의 식사량은 장난이 아니었다. 난
이 놈이 집이 바뀌고 주인이 바뀌어서 정신적으로 극도의 피폐함과 동시에
자괴감으로 인하야 배터져 죽을려고 그러는 줄 알았다.
식사량을 줄이려고 해보았지만 먹고나서 트림을 꺼억하는 폼이 죽을 놈은
절대 아니라는 것을 눈치깠다. 그리고 다시 한 일주일이 지났다.
이 때부터는 아침에 눈떠보면 그 놈이 어제 그놈이 아니었다. 먹는게 특히
장난이 아니었다. 한참지난후에 나온 베토벤이라는 영화가 좀더 일찍 나왔
더라면 이 놈과 정이 들기전에 난 어떻게든 처분했을것이다.
그렇게 먹어대고 그렇게 큰 놈에게 새끼적에는 뭣도 모르고 그 놈이 밥먹
을때 옆에 앉아서 ’무영이 많이 먹어..’ 하면서 머리까지 쓰다듬어 주었으
니.. 흑흑.. 참 영화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 베토벤이라는 영화보면서 눈
물흘린 사람은 나밖에 없을것이다.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그때의 일들을 떠
올리면서...
아침마다 다른 모습의 그 놈을 보면서 난 정말 괴로웠다. 정도 들었지만
말 안듣는다고 때리거나 했다가 이놈이 나한테 개기면 난 그날로 끝장일
터였다.
이 놈이 생후 6개월이 되면서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다른 강
아지는 신발을 물면 앙징맞게 자국이 남아서 남들이 보면.. ’아유 집에 강
아지가 있나보죠?’ 하는데 이놈이 입댄걸 보면.. " 왠만하면 새거 사서신지
...." 하고 말한다. 한 6~7개월때 물었던걸 보면...
거의 8개월 가까이 돈이 엄청들었다. 왜냐면 개도감을 찾아보기전에는
이놈의 진실된 모습과 크기를 몰라서 요만큼 자라면 더 안크겠지하는 기대
때문에 목줄이나 밥그릇등을 샀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도 거의 모든
싸이즈의 동물용품이 있다. 특히 그놈 집을 만들어 줄때의 내 모습은 너무
도 슬픈 형상이다. 방에서 같이 잤는데 갈수록 방이 좁아졌으며, 겨울개라
그런지 더운건 조금도 못 참고.. 특히 그 침.. 으으... 난 첨에 무슨 도배
풀이나 그런걸로 알았었다.
자다말고 덥거나 쉬하러 밖을 나갈땐 내 배나 다리를 그냥 밟고 나가는데
확실하게 잠이 깬다. 내가 그놈이 밟고 나간 배를 잡고 ’아이쿠!’ 소리를
내면 그놈은 한번 쓰윽 돌아보며 저 주인이 왜 그러지 하는 자다깬 멍청한
눈빛으로 한번 슬쩍보고는 나간다. 아아..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어
유~ 저걸 잡아서 동네파티를 할까?
또 코도 고는데 이 또한 장난이 아니다. 히양 향향..푸르르.. 히양양 푸르
르.. 이상한 코골이 땜에 익숙해 질때까지는 불면증에 걸렸었다.
8개월째에 도감을 사서 찾아보았고 난 즉시 형에게 달려갔다. 도망가는 형
을 붙잡고 따져물었다...
"형! 거기서 거기가 아니라 거기서 저기까지잖아! 밥값 책임져~ 씩씩."
이렇게 해서 사료는 형이 공급하기로 했다. 집에서도 이미 이 녀석과 정이
들대로 들어버린터라 남주지는 못하고 그냥 살기로 했다.후우~
기가 막힌건 또 있다. 아침에 나가 보니 똥을 쌌는데 난 그앞에 앉아서
녀석을 불러 앉히고 작대기 하나들고 휘휘 저으며 물어본다...
"이거 정말 네가 한번에 싼거니..?"
사람머리만 했다.
운동시키러 나가면 그 날은 내가 운동하는 날이다.
"야..임마..뛰지마.. 뛰지말라니깐...!"
그래서 운동은 하루를 푹 쉴수 있는 일요일에 한다.
완전히 커버렸을때 이 녀석은 내 어깨에 자기 앞발을 올려놓는다. 비슴듬
히 걸쳤는데도 얼굴을 마주 볼수 있었다. 참고로 내 키는 184센티이다.
며칠 여행하고 돌아왔을때 이놈이 반갑다고 꼬리칠 때 화분이 맞아서 깨졌
고 잠시후 난 그놈 밑에서 숨도 제대로 못쉬고 머리가 허옇게 되도록 침칠
을 당해야 했다.
겨울에 난 춥다고 옷이란 옷은 다 껴입었는데 이놈은 눈위에서 코골며 잔
다. 가끔 눈도 핥아 먹으면서...독한 놈.
여러분 중에 개 똥을 3일정도 안치웠다고 삽질해본적 있는가? 난 해 봤다.
완전히 커서 내 신발을 물어 뜯을땐 신발보다는 삼킬까봐 걱정이었다.
며칠후 동물병원....
"아저씨 접종하러 왔는데요?"
"그럼 데리고 와야지?"
"밖에 있어요."
데리고 오면....
"어이구 이 놈을 키우는 집이 있네..흔하지 않은데.."
아저씨는 ’고생이 많겠군..’ 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그 녀석의 고작
귀만을 열심히 쓰다듬는다.
목덜미에 주사를 놓을때 이 놈이 발광하면 어떻하나 걱정했는데 이놈은 주
사맞은 자리를 지발로 긁어댔다. 독한 놈...
가로수에 쉬할때는 거의 쪽팔려 죽을 정도다. 흙이 파이거나 껍질 떨어져
나가는 거 보인다. 짜식..키는 나하고 비슷한게...에구 내가 뭔 야그를...
언젠가 산보하러 나갔다가 동네에서 아키다라고 하는 일본산 개(크기가 진
돗개 1.5~2배만하다)를 만났다. 그쪽 주인은 참 못된 사람이었다. 보통 큰
개를 갖고 있는 사람끼리 만나면 슬쩍 눈인사하고 비켜 지나가는데 그 아
저씨는 전투적인 눈빛을 반짝이면서 개를 슬그머니 풀었다. 한 20미터 앞
에서 그 개가 달려오기 시작했고 무영이도 그 놈이 달려오는걸 보았다.
난 걱정이었다. 이 놈은 순진해서 싸우면 뒤지게 깨질텐데.. 순간 많은 생
각이 교차하다가 나두 그냥 풀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쪽 개의 주인은 참으로 못된 사람이었다. 잡으려하지도 않고 (물론 의도
적 이었으니까) 괜히 뛰는척만 했다.
아아..불쌍한 무영이...내가 치료는 잘해줄께..죽으면 할 수 없고..히히..
근데 무영이의 뛰는 폼이 이상했다.. 무영이 저놈은 살기를 갖고 달려드는
개한테 꼬리를 치며 달려가는 거였다. 곧 두놈이 엉켜붙었다. 한놈은 살기
를 띤채.. 멍청한 한놈은 반갑게 놀려구..
아키다가 무영이의 목을 덥석물었다. ’아아 불쌍한 무영이 안녕.. 이건 사
고였어..’ 그러나 그 다음은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겼다. 무영이가 물린 목
을 머리와 함께 휙하고 흔들자 그 아키다는 대략 5~6미터를 붕~하고 떴다
가 바닥에 철퍼덕하고 떨어졌다. 그리고 그 위를 무영이는 나에게 했던 것
처럼 장난스레 뒹굴었다.
그 아키다는 진짜 개떡이 됐고 무영이는 그 위에서 나를 돌아보다가 내가
부르자 야밤에 나를 밟고 가는것처럼 그 아키다를 살포시 한번 즈려밟고
너무도 귀엽게 깡총거리며 돌아왔다.
녀석을 끌고 그 아키다의 주인에게 가서 난...
"줄을 풀으시면 안되죠..어쨌든 죄송하네요.."
난 오늘처럼 이 녀석이 자랑스러운적이 없었다. 집에 오자마자 식구들에게
모두 말하고 식구들은 감탄하면서 ’저 녀석이 언젠가는 큰일을 해낼 줄 알
았다’ 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원합의하에 족발을 먹기로 하고 녀석에게는 뼈를 포상하기로 했다. 족발
뼈를 한무더기 주면 저 녀석은 며칠 행복해 할꺼야. 잠시후.. 우리 온가족
은 저 녀석이 사정없이 부수며 씹어 먹어치워버린 족발의 잔재를 보며 단
한마디를 했다.
’독한 놈....’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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