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게시판
김수환 추기경님을 보내 드리며 (비안네 신부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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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다... 내일까지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래서 더 바쁘게 하루를 살았는데... 뉴스를 보다가 그 분 편히 누워 계신 관의 뚜껑이 닫힌 것을 보고서는... 그만 엉엉 울어 버렸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중림동 본당 사제관이 축성되던 날 왠 검은 차에서 어른이 한 분 내리자 그 때까지 성당에서 제일 높은 줄 알았던 주임 신부님이 그 분께 고개 숙여 인사를 드린다. 와~ 이 분은 누구신가? 진짜 높은 분인가 보다...
그 분이 쓰시던 이상하게 생긴 모자... 내 역할은 미사 내내 그걸 들고 서 있는 일... 가끔 모자를 쓰시려고 내 쪽으로 향하실 때 난 그 분의 콧털이 엄청나게 코 밖으로 삐죽 나온 걸 보고 말았다. 아~ 높은 분은 저렇게 콧털이 나오나 부다 ^^
난 한참 뒤... 그 분이 김수환 추기경님이란 걸 알았고 또 그 분이 우리 나라에서 제일 높은 신부님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곤 뉴스를 통해 교회를 통해 가끔 그 분을 기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서른이 넘어 난 신학교에 입학했다. 20여년의 시간이 흐른 후... 난 그 분과 그렇게 혜화동에서 함께 사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다.
신학교에서 햇살이 좋던 날 가끔 그 분을 뵐 수 있었다. 목자의 길을 홀로 거니시던 모습. 감히 말씀을 건낼 엄두도 나지 않아 그저 멀리서 허리까지 깊숙이 숙여 인사를 드리면...
인사를 올리면서도 한참 후배인 신학생이 눈에나 드셨을까 싶었는데 그래도 왠 놈이 인사를 올리니 살짝 손을 들어 주신다. 완전 감동...
그런데...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휠체어에 앉은 채로 누군가의 도움에 의해 산책을 나오신 그 분을 보게 되었다. 따뜻한 봄 날씨인데도 두꺼운 모포로 무릎을 덮으셨다. 많이 추우신가 보다... 얼굴도 많이 변하셨다... 어쩌나...
서품을 받기 전... 신학교 최고 학년 부제로서 추기경님과 사진을 찍었다. 서품 준비 잘 하라는 말씀에 큰 소리로 다같이 대답했다... 아쉽지만 서품식엔 오시지 못 했다... 그리고 새 신부가 되어서 찾아 뵙고 싶었지만...
비서 수녀님 말씀으로는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시다고 한다. 이제는 병원에 계신다. 만나 뵙기 어렵겠다...
그러다가 강남 성모 병원으로 새 사제학교 실습을 나갔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실습 첫 날 나는 추기경님의 병실을 찾았다.
2008년 새 사제로서 감히 그 분께 안수 강복을 드렸다. 수척해진 얼굴 치아가 불편하셔서 많이 바뀐 그 분 얼굴을 바라보며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해 드렸다. 건강하시라고... 그저 건강하시라고...
그 분의 선종 소식을 들었다. 울지 않으려고 진짜 울지 않으려고 했다. 내일 그 분을 제일 가까이에서 운구하면서... 그 때 울려고...
내일 안 울 자신이 없어서... 그렇게 가까이에서 당신이 떠남을 슬퍼하는 새 사제가 있음을 당신도 기억해 주시라고 청하면서... 내일 울려고 나흘을 참는 중이었다.
당신께 안수 축복해 드린 사제들이 아마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사제들 중에서도 가장 막내인 새 신부가...
내일 당신 가까이에서 함께 걷게됨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또 오래도록 기억할 것임을... 감히 말씀드리고 싶었다.
또 앞으로 그런 기억 속에서 감히 당신을 닮으며 살아 보겠노라고... 약속하는 것.
추기경님...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명동에서의 마지막 밤 편히 주무세요. 저두 일찍 자렵니다. 내일 가뿐하게 용인 함께 가야죠...
편히 쉬십시요.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