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최봉도 신부님과 용 두 마리 환시(환상) 이야기

인쇄

이용섭 [979aaa] 쪽지 캡슐

2008-08-24 ㅣ No.7942

2박3일 피정 중 구마기도 체험담 (2003년 2월)
   저는 1972년부터 간호원으로 이곳 독일에 와서 지금껏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여러 가지 어려움과 절망스런 상황 속에서 고생하다 그만 병이 들었습니다. 20여 년간이나 수수께끼 같은 병마에 시달리며 잠시도 멈추지 않는 통증으로 괴로워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 동안 이곳에서 여섯 번의 수술을 받았고 수많은 약을 복용하면서 낫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마치 이 모든 치료는 괴로워하는 저를 조롱이라도 하려는 듯 조금의 호전도 없이 통증은 점점 더 심해지기만 했습니다. 의술이 무척 발달했다는 이곳의 의술에도 저는 더 이상 도움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밤이면 통증이 더욱 심해져서 마치 송곳으로 잇몸의 뼈를 찌르듯 쑤셨고 온 잇몸의 뼈가 부서지는 듯 쪼여 오는 아픔으로 잠에서 깨곤 했습니다.
  이런 아픔을 더 이상 견디어 낼 수 없는 약한 마음에 죽음에 대한 공포마저 무섭게 저를 덮쳐오곤 했습니다. 무서움에 심장마저 심하게 뛰었고, 통증 때문에 뜬눈으로 신음하면서 긴긴 밤을 지새우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처럼 처참한 상태에 있는 저에게 제 동생이 한국으로부터 전화를 했습니다.
  “언니, 이번 2월 최봉도 신부님께서 하시는 내적치유 피정(마음을 가볍게 하는 치유 피정)에 언니가 꼭 참석해야 해.” 하면서 저에게 간곡히 호소해 왔습니다. 저 역시 너무도 가고 싶은 한국이었습니다. 특히 영적으로 심히 목말라 있는 저는 그런 피정에 꼭 한 번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버스조차 탈 수 없는 저는 비행기를 탈 용기는 더더욱 없었기에 생각만 해도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정말 꿈에도 실현될 수 없는 일을 동생이 저에게 요구해 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저에게 동생은 계속 전화로 용기를 북돋아 주려고 애쓰면서, “언니, 죽으면 죽겠다는 각오로 오는 거야. 많은 분들이 언니 위해 기도하고 있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피정은 제가 지금껏 이곳에서 했던 피정과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많은 신부님과 수녀님들도 참석해 계셨습니다. 특히 90년 초에 이곳 Hamburg까지 오셔서 성령 묵상회를 지도해 주셨던 이범주 신부님, 제 동생을 잘 알고 계신 문호영 신부님도 계셨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분들은 피정을 지도하시려고 이곳에 오신 것이 아니라 저희들처럼 피정을 받기 위해 오셨습니다.
  저는 너무도 훌륭하신 신부님들과 감히 한 자리에 앉아 피정을 받는 것이 황송하기만 했습니다. 피정은 어김없이 진행되어 마지막 밤 구마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기도할 힘조차 없었고 두렵기만 했습니다. 도저히 그 시간을 감당해 내지 못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이처럼 약한 마음에 몸마저 지칠 대로 지쳐 있었기에 더욱더 두려웠습니다. 진정 기운 없는 상태에서 적군을 향해 싸우러 가는 기분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번만은 용기를 갖고 죽을 각오로 견디어야만 한다는 생각도 강하게 들었습니다.
   ‘나는 바로 지금 이 시간을 위해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닌가.’ 하면서 진땀을 흘리며 자신과 싸우고 있는 사이에도 구마식은 점점 더 깊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저는 제가 특별히 존경하고 사랑하는 대 데레사 성녀의 상본을(나무로 된)손에 꼭 쥐고 있었습니다. 저는 울면서 성녀께 이 시간 제 곁에 계셔서 저를 도와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특히 마더 에우제니아, 파우스티나 성녀께 전구를 청했으며 자주 기도를 드렸던 모든 천군 천사들과 성인 성녀들께도 오셔서 저를 도와달라고, 또 요셉 성인께, 또 성모님께 저를 구해 주십사고 온 힘을 다해 간청했습니다. 이렇게 제가 죽을힘을 다해 울부짖으며 기도하고 있을 때 갑자기 의자에 앉아 계시던 최봉도 신부님께서 일어나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방금 아주 놀라운 체험을 했습니다. 처음엔 내가 착각 속에 잘못 보았나 하기도 생각했지만 분명히 착각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기에 착각인 줄 알았던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이런 구마 시간이 되면 뱀들이 우글거리는 것만 보였는데 오늘은 커다란 용 두 마리가 힘이 빠져서 풀썩 주저앉아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용들은 이 맨 앞자리에 앉아 계신 자매님 중 한 분을 그동안 감고 있었는데 우리가 기도할 때 그 자매한테서 풀려나와 힘이 빠져서 쓰러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용들에게 묶여 있어야 했던 분은 아주 오랜 세월 여러 가지 고통을 당해야 했다고 하시면서 누군지 손을 들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순간 그것이 저라고 느끼면서 손을 들었습니다. 손을 든 저에게 신부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자매님, 비록 지금은 그 두 마리 용이 힘이 빠져 자매님에게서 풀려나와 쓰러져 있지만 아직 살아 있고 떠나지 않았으니 앞으로 계속 구마기도를 해야 합니다.” 이 말씀에 저는 무척 무서웠고 혼자서 구마기도를 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태로 다시 독일로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피정이 끝난 직후 염치를 무릅쓰고 용기를 내어 신부님 방으로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죄송하지만 저를 위해 구마기도를 해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고맙게도 피곤하심에도 불구하고 저를 위해 그 힘든 구마기도를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기도 후 기뻐하시면서 저보고 춤을 추며 방에서 한 바퀴 돌라고 하셨습니다. “이제 드디어 그놈들이 완전히 떠나가 버렸습니다. 해방되었으니 주님께 감사드리며 춤을 추십시오.” 오! 놀라우신 주님, 너무나 고맙습니다!
  저는 그날 오랜만에 처음으로 깊은 잠을 잘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정상 수면을 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록 쑤시는 통증은 아직 있지만 견딜만한 힘이 생겼고, 밤마다 가슴을 뛰게 하던 죽음에 대한 공포도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밤에 정상으로 수면을 취하게 되니 살 것만 같았고 낮에는 더 이상 피곤하지 않았으며 차츰 몸도 튼튼해져 건강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토록 자주 곪곤 하던 축농증도 이젠 멈추었습니다...
  저는 피정 후 영등포역까지 저를 마중 나온 동생에게 이 놀라운 기쁜 소식을 말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동생은 이미 무언가 알고 있는 눈치였습니다. 그러면서 저보다 먼저 제게 말했습니다. “언니 난 이미 알고 있어. 무언가 큰일이, 대전투가 피정 중에 벌어졌었지?... 난 언니 피정 보내 놓고 내가 피정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어. 그 즉시 내 이성으로가 아니라 발걸음이 저절로 절두산으로 향했고, 이틀간이나 절두산 성당 지하에서 기도하며 지내야 했어.” 그렇게 모든 천군 천사들께, 성인 성녀들께, 103위 순교성인들께, 특히 자신을 늘 도와주시는 성 김대건 신부님께는 수없이 큰절을 올리면서 피정 중에 있는 수산나 언니를 도와주십사 하면서 간청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모든 천사와 성인들께서 함께 기도해 주심을 느끼면서 자신이 대전투를 치르는 것처럼 진땀을 흘렸다고 했습니다. 영등포역에 나온 동생은 저보다 더 지쳐서 초죽음이 되어 있었고 오히려 제가 더 생생한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동생에게 용 두 마리가 풀려난 놀라운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듣던 제 동생은 자신의 놀라운 체험을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성당 지하실에서 기도하던 마지막 날 그토록 음산하고 꼭 귀신 영화 속에서처럼 귀신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구나! 식은땀이 나고 죽을 뻔했어. 무언가 큰 난리가 나고 있는 것 같았고 무서웠어. 그럴 때 하늘의 모든 천군 천사, 성인 성녀께서 다 함께 기도하고 계심을 느낄 수 있어서 겨우 무서움을 견디고 끝까지 기도할 수 있었어.”
        2005년 8월 3일 Hamburg에서,  노 수산나 올림.


123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