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18년 전 경찰 투입 지시한 김은구 전 이사가 KBS 차기 사장?

인쇄

박정식 [senal] 쪽지 캡슐

2008-08-24 ㅣ No.7948

 

90년 4월 30일 밤 11시 15분. 경찰의 군홧발이 KBS을 덮쳤다. 경찰은 KBS 본관 1층 출입문에서 ‘서기원 사장 퇴진’, ‘민주방송 KBS를 지키자’라는 구호를 외친 농성자 3백여명을 연행했다.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던 서기원 사장을 KBS 사장 자리에 임명했다. KBS 사장이었던 서영훈은 감사원이 특별감사을 통해 시간외수당 변태 지출문제를 지적하자 이를 근거로 정부 당국자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았다. 정부 입맛에 맞지 않은 인물을 끌어내리고 코드가 맞는 인물을 사장 자리에 앉힌 것이다. 물론 정부는 KBS의 정상화를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다. 당시 신문들은 4월 30일 있었던 일을 ‘4. 30 공권력 투입 사태’라고 썼다.

 

08년 8월 8일 아침 KBS 3층 이사회 회의실 앞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KBS 이사회가 정연주 사장의 해임 안건을 상정하던 날 회의실 앞에서 KBS 직원들이 농성을 벌이자 사복경찰 100여명이 방송국에 난입했다. ‘언론의 자유’가 때 아닌 투쟁구호로 변해버린 순간이었다. 정 사장의 해임을 정권의 언론장악음모라고 맞선 KBS 직원들은 물론 언론의 자유를 쟁취했다고 굳게 믿고 있던 시민들에게도 이런 광경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무리하게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정 사장을 끌어내리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언론이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공권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정부의 강한 경고일 수도 있다. 8월 8일 KBS 직원들은 이날을 ‘8. 8 폭거’라고 규정했다.

 

무려 18년 전인 90년 KBS 사태는 여러모로 08년 KBS 사태와 닮아있다.

 

 

감사원이 특별감사를 통해 정 사장을 부실 적자경영 책임자로 지목하자 KBS 이사회가 이를 근거로 해임을 건의한 것도 그렇고 공권력 투입이 이뤄진 배경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은 경찰투입을 두고 “방송민주화 탄압차원을 넘어 대국민 공포분위기 조성책”이라고 성토했다.

 

KBS 노조는 "만에 하나 밀실 논의를 통해 청와대가 낙점한 김은구 전 이사가 차기 사장으로 임명 제청될 경우 가장 강력한 총파업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18년 전에도 KBS 직원들은 서기원 사장을 반대하며 방송제작을 거부했다. 그리고 경찰은 불법파업이라고 또다시 KBS에 병력을 재투입했다.

 

 

이명박 정부가 공권력 투입이라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또 다시 KBS 직원들과 시민들은 경찰이 90년 4월 30일 밤 KBS에 난입했던 장면들을 망연자실한 얼굴로 바라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57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