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임종자 귀에 대고 속삭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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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옥 [yimariaogi] 쪽지 캡슐

2008-02-10 ㅣ No.7903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로다.
    
    
    주님은 세세대대 
    찬미 찬양 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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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자 귀에 대고 속삭여 주십시오 오늘은 사비나가 임종실로 옮겨졌다. 고3, 고2 아들만 둘, 남편과는 이혼, 나이42세. 페암으로 고생하다 오늘 임종준비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임종실에서 신부님이 종부성사를 마치고 가족들에게 작별인사를 하라고 하셨다. 죽음은 당사자나 가족들에게 너무 큰 충격이기 때문에 머리에서 작별의 언어들이 다 지워져 그냥 쓰다듬고 흐느껴 우는 가슴의 언어만 표현된다. 입원하고 있는 동안 거의 말이 없던 사비나가 가족들의 작별인사를 받으면서 갑자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얼굴표정이 공포로 일그러지더니 충격과 두려움에 떠는 단말마처럼 '무서워~'무서워~' 하며 손을 내저었다. 의사는 '이것은 통증으로 인한 것이 아니니까 따듯하게 손을 잡아주고 계속 속삭여 주십시요'라고 한다. 가족들은 어찌할 줄을 모르고 신부님은 기도해주라 하시고, 그 자리에 호스피스 봉사자는 나 혼자 밖에 없었다. 할 수 없이 사람들 뒤에 서있던 나는 사비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귀에 대고 말하기 시작했다. "사비나, 당신 이름은 사비나, 사비나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당신 목숨과 맞바꾸어 내려준 영원한 생명의 이름. 당신의 소중한 이름을 기억하십시요. 지금 어둠의 터널에 홀로 서있는 두려움이 있겠지만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가십시요. 터널의 끝에 주님께서 팔을 벌리시고 따듯한 미소로 사비나를 맞이해 주실 것입니다. 사비나~ 하고 부르시는 주님의 음성을 들으시고 빛이신 그분을 향해, 당신을 안내하는 그 빛을 따라 가십시오. 이제 당신은 3차원의 세상에서 4차원의 세상으로 이사가는 중입니다. 우리 모두가 주님께서 마련하신 그 세계로 건너가기 위하여 죽음이라는 터널을 통과해야 합니다. 당신 마음의 모든것 주님 앞에 내려놓고 새털같이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훨훨 자유롭게 날아오르십시요. 당신 이름은 사비나,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그 이름 사비나, 당신은 소중한 하느님의 딸 사비나 입니다." 주님의 기도, 사도신경, 성모송을 천천히 드리면서 가슴을 쓰다듬어 주었다. 사비나는 차츰 안정을 찾으면서 평화로운 얼굴로 변해가더니 깊고 깊은 평화속에 잠겨들고 있었다. 조금전의 표정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마치 물속 깊이 잠겨가는 그런 거리감이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영화에서 보면 깊이를 알 수 없는 깊은 바다 속으로 내려갈 때 고요와 정적, 그리고 신비스러움을 접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새로운 차원으로 옮겨가는 임종자의 표정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나를 친정 어머니가 따라 나오면서 두 손으로 내 손을 꼭 잡으며 '고맙습니다'하며 손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 자식을 떠나보내는 엄마의 마음에 슬픔보다는 희망과 신뢰가 가득함을 읽을 수 있었다. 자식의 영이 더 높은 차원의 세계로 옮겨갔음을 확신하기 때문이리라. 주님 감사합니다. 찬미와 영광을 세세에 영원히 받으소서! 아멘 (어느 호스피스가 보낸 글에서) 첨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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