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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보다가... 올려봅니다 (쎈뽈나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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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범 [bagdudegan] 쪽지 캡슐

2010-03-09 ㅣ No.11010



자활 공동체 기업
‘쎈뽈나우리’의 최종호 대표(오른쪽 두번째)와
김보애 수녀(세번째)가 동료들과 함께 자체 개발한
황토 소금을 판매하고 있다. / 이태경 기자



아버지는 막일을 했다.

이삿짐 날라서 번 일당을 들고 서울역 쪽방촌을 터벅터벅 걸어오곤 했다.

아버지가 숨졌을 때 그는 일곱 살이었다.

혼자 남은 어머니가 빚쟁이를 피해 달아났다.

또래들이 초등학교에 갈 때 그는 남대문시장 옷공장에서 실밥을 뜯었다.

옷공장·오락실에서 새우잠을 잤다.

아홉살부터 열한 살까지 그는 광양 친척집에서 농사일을 거들었다.

서울에서 돈 버는 누나에게 드문드문 장거리 전화를 걸었다.

누나 목소리가 유일한 위안이었다.



누나가 뺑소니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몹시 앓았다.

가출했다.

서울역 쪽방촌에 돌아와 어머니를 수소문했다.

어머니는 외대역 뒤 반지하 방에

시각장애인 의붓아버지와 살고 있었다.

의붓아버지는 지하철에서 손톱깎이를 팔았다.

1년 반 뒤 어머니가 또 달아났다.

그는 먹을 것을 훔쳐 경찰서에 불려갔다가

서울시립아동상담치료센터에 인계됐다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수녀 9명이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돌봐주는 곳이다.

형사는 수녀들에게 "얘는 주민등록도 없다"고 했다.



2000년 겨울이었다. 10년이 흐른 지금,

최종호(23)씨는 심리치료 도구를 판매하는

연 매출 3억원의 자활 공동체 기업 '쌘뽈나우리'의 사장이 됐다.

작년 말엔 구운 소금 판매로 사업을 확장했다.

최씨는 "전부 엄마(센터장 김보애 수녀) 덕분"이라고 했다.



센터에 오기 전 몇달간 최씨는 어린 노숙자였다.

들어와서도 첫 1년은 툭 하면 가출했다.

마음을 잡지 못하는 최씨에게

김 수녀는 꾸준히 '일'을 맡겼다.

꿩 우리 관리, 운동장 청소를 시켰다.

잘하면 아낌없이 칭찬했다.

그는 "칭찬받으면서 조금씩 내가 달라졌다"고 했다.

그는 김 수녀 앞에서 많이 울었다.

마음껏 울 수 있는 사람이 생기자 사는 게 덜 무서웠다.



2006년 최씨는 검정고시를 거쳐 국제대 사회복지학과에 합격했다.

김 수녀는 그해 자립 대책으로 쌘뽈나우리를 세웠다.

최씨가 대표가 됐다.

회사 수익에 수녀회 기금을 보태 1억3500만원짜리 전세 아파트(102㎡·31평)를 얻었다.

최씨를 포함해 20~36살 청년 11명이

이 집에 함께 살며 쌘뽈나우리에서 일한다.

회사 수익으로 학비와 공동 생활비를 대고,

월급(110만~350만원)은 김 수녀가 청년들 이름으로 적금 붓는다.



작년 말 경기도 여주의 옹기 장인이

옹기에 소금 굽는 기법을 '재능 기부' 해주었다.

카이스트 분석결과 미네랄이 풍부했다.

대진대 미대 교수가 무료로 판매 용기를 디자인해줬다.

이들은 주말마다

성당을 돌며 소금 좌판을 편다.

김 수녀가 앞장서서 "소금 사세요!"를 외친다.

수익금 일부는 더 불우한 계층에 기부한다.



최씨가 센터에 들어온 뒤,

최씨의 어머니는 간간이 연락을 해왔다.

그녀는 2007년 여름 의정부 골목길에서 쓰러졌다.

암 말기였다.

119 대원들이 최씨에게 연락했다.

서울 성가복지병원으로 옮기는 구급차 속에서

어머니는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울었다.

일주일 뒤 새벽 2시 어머니는 혼자 숨졌다.

김 수녀와 최씨가 갔을 때 그녀는 아직 따뜻했다.

김 수녀가 말했다.

"틀림없이 네 말을 들으실 수 있을 거야.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지금 꼭 해라.

" 최씨가 떨리는 입술을 뗐다.

"엄마, 다 털어버리고 천국에 가.

누나 만나면 꼭 '미안하다'고 해.



" 지난 일요일(2월 28일) 역삼동성당에서 소금을 팔던 최씨는

"돈 많이 버는 게 꿈"이라고 했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자동차 좋아하는 동생을 정비학원에 보내주고 싶어요.

요리 잘하는 형한테 빵집도 내주고 싶어요.

다들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이에요.

그걸 이루게 도울 거예요.


[김수혜 기자 goodluc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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