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깜.복.기 6/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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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petrojin] 쪽지 캡슐

2004-06-13 ㅣ No.3289

다해 그리스도 성체 성혈 대축일

 

복음 : 루가 9,11ㄴ-17

 

꿀떡(?) 신앙인/호랑이 신앙인은 되지 말아야지... 암...

 

사제가 되어 저는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모르셨죠? 사제가 되어 미사를 드리다 보니 빵과 포도주를 축성하기 위하여 손에 쥘 때마다 예수님께서 '너, 정말 네 손에서 이루어지는 기적을 믿느냐? 그 기적이 얼마나 놀랍고 위대한 것인지를 깨닫고 있느냐?고 물으시는 듯합니다.
또한 축성의 마지막 부분인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하는 기도문을 바칠 때에는, 죄스럽고 부끄러움에 사로잡힙니다. 당신의 몸을 우리에게 내어주시고, 당신의 피를 우리를 위하여 흘리셨던 예수님처럼, 나도 그렇게 행하여라하는 명령인데, 그렇게 실천하지 못하고 살면서, 입으로는 그 기도문을 바치기 때문입니다.

 

불교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두 사람이 산길을 가다가 호랑이 한마리가 새끼를 낳고 피를 흘린 채 굶어 죽어가고 있었는데, 그중 한사람이 호랑이가 불쌍하여 친구를 먼저 보내고, 자기 손가락을 깨물어 호랑이 입에 피를 넣어 주었습니다. 피를 마시고 정신을 차린 호랑이가 앞에 보이는 그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나는 나를 살리기 위하여 몸과 피를 내어 주신 예수님을 정성도 없이 형식적으로 꿀떡 삼키고 마는 꿀떡 신앙인, 피를 마시고 정신을 차린 후 자기를 살린 이를, 오히려 잡아먹는 호랑이 신앙인은 아니었던가를 묵상해 봅니다.

주님의 사랑은 어떤 모습이었는가? 바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이미 자기를 떠나 사셨던 분입니다. 이점을 우리는 매 미사 때 받아 영하는 성체의 신비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참된 사랑은 내가 이웃 속에 녹아 하느님 속으로 사라지는 것입니다. 우리의 입 속에서 성체가 녹아 사라지듯이 말입니다.


성체는 '그리스도의 몸-아멘-꿀떡'하듯이, 그냥 삼켜버리고 말면 되는 것이 아니라, 나도 그리스도처럼 내 살과 피를 이웃을 위하여 내어 주어야만 된다는 간청이요, 명령입니다. 주님께서 삶으로 보여주신 그 간절한 요청을

외면하는 일이 없어야 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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