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이틀만에 깨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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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경 [lsk55] 쪽지 캡슐

2004-05-25 ㅣ No.5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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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틀만에 깨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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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대기 축구 우승이 가져다준 그 환희와 영광!

그러나 그 기쁨 뒤에 따르는 댓가인

반드시 운명적으로 치룰 수 밖에 없었던 고통도

사실은 좀 있었습니다.

작열하는 듯한 태양열 뙤약볕 아래서

한 골 넣었다고 한잔!

또 한 골 넣었다고 한잔!

종합운동장에서 만난 수많은 낯익은 얼굴들과 쐬주를 함께 하지 않고는

정말 견딜 수 없는 벅찬 감격이었기에...

주량을 잊어버리고 마음껏 망가졌습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차라리 아름다음 그 자체였습니다.

순수한 마음 그대로의 표현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이런 기회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래서 행여 허물이 있었다면, 그것은 덮어도 괜찮았습니다.

마치 하얀 눈이 온세상을 덮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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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님을 과하게 모셔서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비록 약간 비틀거렸지만,

찜질방으로 향했습니다.

혹시나 날 찾는 친구나 특히 서울서 내려온 후배들의 전화가 올 것만 같아서

핸드폰을 들고 뜨거운 찜질방에 입장했습니다.

그런데 고열의 습기로 인하여 핸드폰이 완존히 망가졌습니다.

수없이 SOS를 울렸을 한양땅에서 함께 온 동문들과

또 우리 가족에게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본의 아닌 실수입니다.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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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헌날 음주가무만 즐기던 넘이었지만, 약간의 양심은 있었드랬어요.

그러나 모교축구가 결승전이라는데, 안 갈 수 없잖아요.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라고 그렇게도 강조하던 마누라의 청을 물리치고...

이른 아침부터 고향으로 토셨지요.

귀경 길에는 인사불성에 가까웠던지라 이틀간 쭉 뻗었지요.

어제 5월 23일(일)은 결혼 23주년 날이라서 마누라를 달래야만 했습니다.

봄 나들이를 한번만이라고 같이 가 준다면 용서해 주는 표정이었기에...

피로의 여독이 아직 풀리지는 않았지만,

아들 넘의 인솔로 넘의 대학교 캠퍼스로 갔습니다.

“부모님께서 이만큼 키워주신 것에 감사하는 뜻으로 학교로 초대를 해서...”

마치 고삐에 끌려가는 음~메하는 牛처럼 끌려갔습니다만,

그러나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그곳 정문에는 설립 100주년을 맞아서 호랑이 마크가 크게 휘날리는 휘장을 보면서

저는 이틀전 이와 유사한 우리 모교축구단 호랑이 마크 아래서 맛본 우승의 감격과

그 열광적인 함성이 귓전을 또 때리는 것 같아서 더욱 감격스러웠습니다.

설립자의 동상아래서 사진도 한 장 박고

또 대학촌 뒷골목에서 아들넘과 우리 부부는 커피를 마시면서

퍼즐 게임도 했지요.

모든 것이 눈 녹듯이 사르르 녹았습니다.

부부의 날은 5월 23일로 옮기면 댓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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