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일반 게시판

그리운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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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옥 [mqwert] 쪽지 캡슐

2000-07-21 ㅣ No.689

어릴 때  나는

두살 아래 남동생과 주로 놀았었지요

동생의 장래 희망은  신부님이 되는 것이고

나는 수녀님이 되겠다는 거룩한 포부를 가지고

우리들은 날마다 미사드리는 놀이를 했답니다

신부님과 복사의 역활을 서로 바꿔가며 했는데

미사에 필요한 갖가지 도구를 그럴 듯하게 준비하고

라틴어경문을 외우며 참 진지하게 미사를 집전?했었어요

신부님과 복사의 옷은 엄마치마를 둘러 쓰는 것으로 대신했고

거양성체때 치는 종은 소목에 달던 방울을 사용했고

성체를 혀로 받아 모실 때는 턱밑에 놋쇠주걱을 대어 주었지요

성체는 가래떡 썰은 것으로 했었는데

떡이 없을 땐 무엇으로 했던가..지금은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그렇게 미사가 끝나면

할아버지의  곰방대로 촛불을 껏지요

우리가 너무 열심히 미사드리는 놀이를 하니까

아버지께서 미사책 놓는 독서대를 나무로 만들어 주시기도 했지요

 

그당시엔 여자 복사는 상상도 못할 때였는데

요즘 우리 본당 미사에 여자 복사를 보면  

옛날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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