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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일기/아들일기(블럭설정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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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novita] 쪽지 캡슐

2003-09-02 ㅣ No.3082

 

 




엄마일기,아들일기



퍼온이 : 호갑수
퍼온곳 : 국민일보 게시판


 

 

어두운 밤 흐르는 눈물을 누가 볼까봐
연신 주의를 살폈다
내일은 내사랑하는 아들 현이가 소풍을 가는 날이다
주인집 아줌마에게 사정을 해서 만원을 빌렸다
김밥 재료를 사고 3000원이 남았다
아들은 내일도 웃으면서 돈을 받지 않을 것이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벌써 애는 일어나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김밥을 싸고 있는 데 자꾸 눈물이 나온다
혹시나 볼까봐 뒤로 앉았더니
애는 뭘 아는지 밖으로 나간다.
벌써 다 큰걸까?
남들처럼 잘먹였으면 키도 많이 컸을텐데
올겨울이 걱정이다
주인집에서 나가길 원하는 눈치인데
내일은 파출부 자리를 알아봐야 겠다


 

 

엄만 오늘도 우셨다
내일은 말해야 할텐데
학교 등록금을 안낸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이제 반년만 지나면 졸업인데..
자꾸 가슴 아픈게 심해진다
양호실에 가서 또 진통제를 받아야 하나
엄만 많이 힘들어 하시는 것 같은데
신문배달도 요즘 들어서 하기가 힘들어진다
뛸수가 없다


 

 

오늘도 아이는 도시락을 조금 남겼다
매일 김치만 싸주니 오늘 저녁은 또 뭘먹이나


 

 

어제 저녁에도 엄마에게 등록금 얘길 못했다
간장에 밥비벼 먹는 내 모습에
어머니가 또 눈물을 훔치신다
내일은 선생님한테 얘기하고 자퇴서를 내야겠다
돈을 벌어 어머니를 내가 모시는게 날것 같아
아버지 세삿날이 내일인데 어머니는 알고 계실까?


 

 

아이가 잠을 못자는 것 같다
어디가 아픈건 아닐까?


 

 

엄마에게 미안하지만 학교를 그만두었다
내일은 신문보급소에 가서 얘기하고
병원에 한번 가봐야겠다
어제밤에는 한숨도 못잤다
몹시 아팠지만 어미니가 걱정하실까봐
물도 못마셨는데..
밥을 너무 못먹어서 그런가?
간장을 먹기만 하면 설사를 한다
1200만원에 내 장기를 사준다니
엄마에게는 그냥 주웠다고 말해야겠다
좀 더 살고 싶지만 엄만 너무 힘들어 하신다
내일은 아버지 산소에 가봐야겠다


 

 

현이에게 고기를 사주려고 머리를 잘랐다
보자기를 쓰고 있는데 현이가 운다
고기는 먹지도 않고


 

 

오늘 돈을 받았다
엄만 길거리에 주웠다고 하면 반드시
돌려드리라고 하실건데
엄마 몰래 통장에 돈을 넣어뒀다
방학을 맞아 친구네 놀러간다고 하니
엄만 믿으시는 것 같다
편지를 쓰는데 자꾸 눈물이 난다


 

 

아들이 방학을 맞아 친구네 놀러간단다
난 흔쾌히 허락했다
아무래도 여기 있는 것보단 잘먹겠지
그런데 왠지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아들을 다시는 못볼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에이~ 아니겠지
괜한 걱정이겠지


 

 

어머니께
정말 사랑해요

슬퍼하지 마시고 진지 꼭 챙겨드세요
그냥 저멀리 여행갔다고 생각하시고
그냥 엄마에게 효도 많이 했으니까
아버지한테도 해야죠..
아버지도 반가워하실 거에요
눈물은 제가 오늘 다 흘릴께요
어머니 이젠 눈물 흘리지 마세요
저 백혈병이래요
수술해도 안된데요
어머니 저 잊지 마시구요
다음 세상에도 제 어머니 돼주세요
사랑해요
돈은 제가 선한일 해서 번거니까
마음껏 쓰시고요
먼저 가서 죄송해요
참 저 생각 나시면 김밥 만들어 드세요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그 김밥
그 어느집보다 맛있는 거 아세요?

울지 마시고요
꼭 오래 사시고 오세요


아들 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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