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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 철학자가 본 미국사회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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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민 [mandrew] 쪽지 캡슐

2004-05-19 ㅣ No.4402

 

"미 제국주의 악순환은 계속 될 것"  

[오마이뉴스 장윤선 기자]세계적 과정철학자 존 콥 교수가 한국화이트헤드학회 초청으로 한국에 왔다. 제5차 국제화이트헤드학회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존 콥(John Cobb)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 명예교수는 9·11테러 이후 미 제국주의에 경종을 울린 성명을 발표해 이목을 끌었다. <오마이뉴스>는 그를 만나 이라크전쟁과 부시, 그리고 부시낙선운동과 기독교근본주의의 문제점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 지난 9·11 테러 직후 미국사회에 경종을 울린 성명을 발표했다고 들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부시 미 대통령은 9·11 테러를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략했다. 미국은 9·11테러를 명분으로 약탈과 세계착취에 나섰다. 부시 대통령은 이런 진실을 가로막고 있으며 미국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전쟁을 일으킨 것은 석유 때문이다. 그 어떤 변명을 늘어놓아도 설득력이 없다.

 

9·11테러는 ’진주만 공격’처럼 미국이 미리 막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정부는 이를 방조 혹은 묵인했다. 그래서 나는 이라크전쟁을 ’신진주만’이라고 부른다. 미국정부는 상습적으로 이런 짓을 하고 있다. 2차대전 때도 진주만을 공격해 애국심을 불러일으켰다. 중동전쟁도 마찬가지다.

 

9·11테러 이후 미국 국민들은 ’미 제국주의’에 대한 논쟁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나, 이것은 미국 국민들에게 매우 귀중한 기회이다."

 

- 이라크전쟁에서 500명이 넘는 민간인이 한꺼번에 죽는 팔루자학살이 자행됐다. 한국 국민들은 팔루자학살을 지켜보면서 80년 5·18 광주를 떠올리기도 하는데, 존 콥 교수는 팔루자학살과 미군 성학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라크임시정부 같은 정통성 없는 정부를 세워두니 당연히 그런 일이 벌어진다. 이런 학살은 악순환하고 있다. 지금의 이라크나 80년 당시 한국이나 모두 정통성 없는 정부 아니었는가. 제국주의 프로그램에는 항상 포로학대가 포함돼 있다. 그것은 전쟁에서 반드시 나오는 결과다.

 

이라크뿐만 아니라 이란이나 시리아 등에서도 이런 악순환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미 제국주의가 계속 약탈의 심성을 버리지 않는 한 계속 될 것이다. 만일 부시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재선된다면 전세계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빠질 것이다."

 

"미국대선 표심, 부시에 비판적이나 케리의 열광적 지지자는 드물다"

 

- 만일 11월 미국 대선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미 제국주의 노선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가?

"불행하게도 제국주의 자체가 해결될 거라고 보지 않는다. 다만 케리 후보가 당선되면 다른 국가들과 지금보다는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할 것이고, 지금보다는 많은 위험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UN과도 더욱 협조적 자세를 취할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미국정부가 취하고 있는 기본적인 제국주의 노선은 변경되지 않을 것이다."

 

- 존 콥 교수는 이번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 것이라고 예측하는가.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당락을 가르는 판단을 할 수는 없다. 다만 나처럼 부시 현 미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시를 싫어하는 많은 유권자들이 쉽게 케리 쪽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인 것이다.

 

부시 지지율이 40% 내외로 하락했다 해도 이번 대선에서 부시가 낙선된다는 상상은 할 수 없다. 미국 대선을 낙관적으로 바라보지 않기를 바란다. 현재 미국 대선의 표심은 부시에 대해 비판적이나 케리에 대해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지지자는 별로 없다는 것이다."

 

 

- 부시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케리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케리 민주당 후보는 고어 민주당 후보처럼 중산층을 기반으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같은 자유주의자들이 그를 지지할 맘이 생기지 않는다. 케리가 진보적인 체 하지만, 또 실제로 개혁적인 정책을 내놓지만 그 걸로는 부족하다.

 

케리는 클린턴시절 ’친기업적 민주정책’ 노선을 걸었다. 그는 기업중심정책을 선호하고 있으나 서면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 점이 그를 지지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부시낙선운동, 부시가 이익추구 수단으로 쓸 수도 있다"

 

- 한국 시민운동진영에서는 부시낙선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를 두고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미국인으로서 한국 시민단체가 벌이는 부시낙선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부시 미 대통령은 무제한적인 자본을 끌어들여 TV를 통해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한다. 따라서 한국인들이 순수한 마음에서 벌이는 부시낙선운동을 어떻게 바꿔서 자기 선전에 악용할지 모른다. 한국인들이 벌이는 부시낙선운동을 역이용해서 도리어 자신의 이익추구 수단으로 쓸 수도 있다. 그 점을 간과하지 않기를 빌 뿐이다."

 

- 이라크전쟁이 베트남전쟁과 닮아 있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특히 존 콥 교수는 베트남전쟁에 반대했다가 투옥된 경험도 갖고 있다. 전쟁은 인간에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전쟁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사람이다. 내 친구 그리핀 교수(<신진주만사건, 9·11>의 저자, 국내 미번역)는 평화주의자다. 그는 군대가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세계에는 독재자들이 존재한다. 그들에게 맞설 평화유지군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담 후세인은 독재자라고 생각한다. 만일 UN 결의로 이라크전쟁을 치렀다면 문제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UN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전쟁을 일으켰다.

 

수단 같은 경우도 참혹한 학살이 자행됐다. 여기에도 UN에서 파견하는 평화유지군이 필요하다. 들어가서 양민학살을 막아야 한다. 그러나 문제도 있다. 과연 UN이 파견돼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그것도 미지수지만…."

 

 

- 존 콥 교수는 기독교 신학자이다. 기독교근본주의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

"선과 악 이분법적 신앙은 큰 문제다. 문제는 미국 정치인들이 이런 이분법적 신앙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정치인들이 악으로 규정하는 국가가 있으면 그걸 곧이 곧대로 믿는다. 또 정치인들에게 설득 당하기도 한다. 근본주의의 신앙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맹점이 있다. 이걸 경계해야 한다."

 

"북한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핵을 가질 수밖에 없다"

 

- 부시행정부는 이라크뿐만 북한도 악의 축이라고 꼽았다. 한반도 남단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매우 심각한 전쟁위협에 시달리지 않을 수 없다. 북핵 위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북핵문제의 출발은 미국이 제국주의를 유지하려고 하는 데 있다. 미국이 제국주의 노선을 고집하는 한 다른 나라가 핵을 가지고 있는 것은 큰 위협이 된다. 따라서 핵을 구실로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것이다. 핵은 미국이 외국을 공격하는 침공구실인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핵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핵을 자기방어용으로 쓰는 것이다. 북한은 자위용으로 핵을 가진 반면, 미국은 북한이 가진 핵을 구실로 북한을 위협한다. 지금은 이런 상반된 견해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제국주의에 맞서 살아남으려는 북한은 핵을 가질 수밖에 없고, 핵을 가질 수밖에 없는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하고 공격태세를 갖추고….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 아닌가?"

 

 

 9·11테러 이라크전쟁 미제국주의 분석 쏟아질 듯  

 한국화이트헤드학회, 24일부터 과정철학 국제학술대회 개최  

 

 

한국화이트헤드학회(회장 김상일 한신대 교수)은 24일부터 5일간 <오마이뉴스> 후원으로 서울 종로 여전도회관에서 ’제5차 국제화이트헤드학회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김상일 한국화이크헤드학회 회장은 "9개 분과로 나눠 개최되는 이번 국제학술대회에는 14개국에서 해외 학자 62명, 국내 학자 30명이 모여 과정철학에 대해 토론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9·11테러 이후 아프간, 이라크전쟁 등 무수한 분쟁과 미 제국주의를 분석하는 논문도 많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오늘날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진보·보수 등 사상적 갈등, 정치경제적 갈등, 생태적 갈등, 문화적 갈등 등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참가문의 02-504-42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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