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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죽음으로 삶을 마감하고 가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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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우 [shwshw] 쪽지 캡슐

2004-01-19 ㅣ No.453

-끝까지 읽어 보세요!-

 

어느덧 한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달(2003.12)이었습니다.

 

청주에 있는 꽃마을(말기암환자 호스피스시설)에 있는 환자분들은

모두가 아름다운 죽음으로 삶을 마감하고 가시는데

나도 저렇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부러움까지 갖게 할 때가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드라마 같은 죽음을 연출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건강할 때는 정말로 잘 나가던 분이었습니다.

건설업을 하셨는데 이 지역에서 누구라면 같은 계통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가 알고 부러워했던 분으로 평소에도 좋은 일을 많이 하며 살았었습니다.

그러다가 IMF때 불경기를 맞으며 사업에 실패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직장암에 걸려 투병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2년 6개월 동안의 투병생활. 엄청난 통증, 만신창이가 된 하반신, 하지마비로 인해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제는 더 이상 할게 없으니

퇴원하라는 말을 듣고 꽃마을로 입소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죽음선고를 받은 후 한동안은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남은 가족들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조금씩 죽음준비를 하면서 하루하루 주변 정리를 해 나갔습니다.

임종 12일 전부터 점점 악화되기 시작하였는데 음식을 삼키지 못하였고,

복수까지 차서 호흡곤란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환자는 정신이 들 때마다 아내에게 항상 지혜롭고 현명하게 살아야 한다고

일러주고 아이들 건강하게 키워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하루는 배에 있는 인공항문에서 변이 흘러나와 더럽혀지자 그것을 닦아주고 있던 아내에게

“여기 좀 잘 보고 닦아. 저 윗분(하느님)도 내가 깨끗이 닦고 가야 좋아 할 것 아냐?” 하며

자신의 죽음을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임종 전날

“하늘 나라 가실 준비는 다 되셨어요?”하고 신부님이 물으니

“신부님 아직 안 됐습니다. 내일쯤이면 될 것 같아요“

“아직 정리 안 된게 남았나요?“

 

그러더니 다음 날 아침.

“신부님 저 오늘 하늘나라에 갈 것 같으니 기도 좀 해주세요?”

“오늘은 준비가 되셨어요?”

“네 준비되었어요. 신부님 저 손 좀 잡아 주세요. 그리고 당신 손도 이리 주고”하면서

직접 아내의 손을 끌어다 포개어 놓았습니다.

 

“신부님 그동안 고마웠어요.

저 그곳에 가면 사랑하는 우리 가족과 꽃마을 위해 기도 많이 해 줄게요.

그동안 너무 고마웠습니다. 내가 보답할게 그것밖에 없네요.

그리고 신부님 내 아내도 이곳에서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봉사하게 해 주세요.

우리 같이 약속하는 겁니다. 당신도 알았지? ”

“네 약속할께요.”

“아내에게 마지막으로 할말은 없으세요? ”하니

아내의 손을 꼬옥 잡고

“여보 고생시켜 정말 미안하고 당신과 사는 동안 너무 행복했었어.

그리고 투병생활 하는 동안 끝까지 지켜줘서 고마웠고...

처음으로 불러 본다. ‘여보 사랑해’”

 

눈에 눈물을 글썽이는 아내를 보면서 한 손으로 머리맡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아내에게 꺼내 보라고 했습니다.

예쁜 시계였습니다.

 

“당신 생일선물로 준비했어. 이번 달에 당신 생일 있는데

못 챙겨주고 갈 것 같아서 친구에게 부탁해서 사다 놨어.

당신이 평소에 갖고 싶어하던 거잖아!  시계 예쁘지?

할머니 될 때까지 손목에 차고 있어야 해?”

 

눈물을 펑펑 흘리는 아내에게 직접 시계를 꺼내어 채워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아내와 입맞춤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주위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내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남편의 등을 끌어  안고 긴작별의 입맞춤을 했습니다.

아내는 남편을 만나 행복했었음을 고백했고 남편은 죽어서도 아내를

사랑하겠노라고 속삭였습니다.

 

잠시 후 주위사람을 둘러보더니 고맙다는 말을 한 후

환자는 자신의 손으로 코에 꽂은 산소호흡기를 직접 빼 버렸습니다.

 

1시간 후 점점 거칠어지는 숨소리와 둘러선 봉사자들의 기도소리를 들으며

서서히 그의 영혼은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마치 영화에서 자신의 역을 다 소화해 낸 연기자처럼

그는 할말 다하고 할 것 다하고 떠나갔습니다.

 

모두에게 죽음은 이렇게 맞이해야 하는 것을 보여 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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