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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식 [senal] 쪽지 캡슐

2008-08-17 ㅣ No.7476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노동자들에게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 세상이다. 우리 사회의 저 구석진 곳에서 65일 단식을 하고 있는 두 분은 생명의 선을 넘나들고 있다. 이런 소식들이 1080일 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채 외롭게 싸우는 그들의 이름은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다.

 

 

 

나는 오래 전 구로공단에서 일한 적이 있다. 전자회사에서 고대기로 납땜을 하며 하루 일당 2700원을 받았다. 한 달 150시간 잔업을 하면 손에 쥐어진 돈이 14만원 정도였다. 그 돈을 받아 시골에 있는 부모님께 보내고 나면 늘 빈 주머니만 만져야 했다. 이런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 지금의 가산역이다(가리봉동역).

 

 

 

그 시대는 허울만 좋은 산업역군이라는 소리 보다 공돌이 공순이라는 말이 더 자연스러웠다. 우리들이 한 달 월급이라는 것을 받아 시골 동생을 공부시키고 집안 호구대책을 하게 했던 풍경이 지금도 선하다. 20년 전 국민소득과 지금의 국민소득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현재 2만 달러에 도달한 우리의 경제는 여전히 노동자의 피를 빨아먹는 기업주가 더 많다.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20년 전의 내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 일하면 60만원 남짓 월급을 받고 잔업을 80시간을 추가로 해도 100만원 정도를 손에 쥔다는 것이다. 그 열악한 환경에서 고용불안에 매일 시달렸다고 하니 할 말을 잃었다.

 

 


어제(8월 14일) 기륭전자에 다녀왔다.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차에 몸을 싣고 가산 역에 내렸을 때 그곳은 20년 전의 가리봉동역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에게는 아주 낯선 가산 역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다. 한 참을 둘러보다 마을버스 3번을 타고 약 10분 정도 가다보니 충남마트가 나왔다.


 


기륭전자 정문에는 약 백여 명이 모여 행사를 하고 있었다. 각 종교 단체에서 나와 지지 선언도 하고 다른 지역 노동자들이 나와 저마다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한 시인의 눈물도 보았고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울먹이는 목소리도 들어야 했다. 노동자 가수의 노래도 들었다. 어느 지역에서 왔다는 노동자는 ‘노동의 세월’이라는 노래를 아프게 불렀다.


 


행사가 있는 줄 모르고 갔는데 많은 분들이 와 있었다. 신부님, 수녀님, 목사님, 스님도 보였다. 메이저 방송들은 없었지만 반가운 진보신당 칼라티브이도 보았다. 울산 지역에서 버스를 타고 응원을 온 노동자들도 있었다.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최근 사측과 교섭을 하며 그나마 생명의 선을 연결해 주었던 효소와 소금까지 끊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냥 지켜만 볼 수가 없었다. 그곳에 한 번이라도 가지 않으면 두고두고 미안한 마음이 들 것이라는 생각이 발걸음을 옮긴 것 같다. 이런 마음으로 가서 그분들께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마음 편해지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간 것을 고백한다.


 


작은 비나 바람으로도 금방 무너질 것 같은 단식의 텐트장, 그 속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싸움을 하는 두 분이 있는데 그냥 나는 구경꾼마냥 지켜보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물망 같은 곳에서 1080일 동안 생존의 몸부림을 쳤던 그분들에게 건강을 지켜야 한다. 반드시 살아남아서 싸워 이겨야 한다고 입속에서 수 없이 맴돌았지만 말할 수 없었다.


 


사측과 교섭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잘 되길 그렇게 바랬는데 돌아온 소식은 싸늘한 말뿐이었다. 그 소식을 전하는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에 분노보다 눈물이 먼저 나와 나약한 나의 모습만 다시 확인했다. 그렇게 행사가 끝나고 마을버스를 타고 돌아오는데 닭장차가 그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는 곳에서 3대가 지키고 있었다. 가산 역으로 돌아와 허기진 배를 채웠다. 65일 동안 음식을 넘기지 못하고 있는 분들을 뒤로하고 꾸역꾸역 목구멍에 밥알을 넘겼다. 그게 오늘을 사는 내 모습이었다.


 


기륭전자 청원 주소입니다.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58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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