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펌) 먼저 간 자의 편지

인쇄

김선주 [zizibe76] 쪽지 캡슐

2001-09-06 ㅣ No.8136

그 사람을 묻었습니다...

 

내 가슴에 묻고 ..그리고 내 땅에 묻었습니다

어린 딸 아이가

’그냥 묻으면 엄마 춥다’... 할 때

’아냐  엄만 아빠 품에 묻는거야,,그래서 하나투 안 춰’

’점말  하나토 안춰....?’

 

너무 어린 꼬마기에 그랬을까요...

딸 애는 히이..어색하게 .웃었으며,,

딸 아이의 눈가에 아주 작게  이슬이 고여있음을 봤습니다

 

아주 작은 발로 마치 지들 끼리 콩콩 뛰어 놀듯이

엄마가 잠든 땅위에서 아이는

팔딱팔딱 뚸었습니다

아니 그애는 그렇게 놀고 있었습니다

 

’아주 많이 걸린다’

’머가...?’

’나 없으믄 밥두 몬 차려묵고...배고푸다고 질질 싸면 우째 ?...’

’진희... 걔..널 닮아 앙팡지잖아 , 지금도 혼자 잘하구 있구...’

’진희 얘기 아냐...머저리 얘기지...’

’...머저리?..,,, 언...머저리...?’

’우리집에 머저리 자기 말구 또 있니...?

 

아내가 병으로 그렇게 간지 9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맞는 첫번째 나의 생일날...

이쁜 종이꽃이 달린 선물상자 하나가 배달 되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카네이션의 종이꽃이 상자 위에 걸려 있었습니다

아내가 병상에 있을때 곧잘 종이꽃을 접곤했는데..

아직도 그 꽃들이 어딘가 하나 둘 정도는 남아 있을 텐데...

 

누군가 아내 처럼  꽃을 똑같이 접는 사람이 있었나...?

 

그건 의아의 선물이었습니다...

상자 속에는 작은 쪽지의 편지와 어른용 가죽장갑과

아기용 벙어리 장갑이 들어 있었습니다

 

...나아,,영화 ’편지’ 흉내 내봤다..

백화점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 했거든 ...

나,,하늘나라 가고 첨 맞는 자기 생일 ..

우린 언제나 같이 있었는데...

가만히 보니까,올해는 아무래도 멀쑥한 머저리하고 진희만이 덜렁

생일이라고 초라하게 마주 앉아 있을것을 생각하니까

무지 썰렁 할 것 같아서 말야...

그래서 친구에게 부탁했지 내가 없더라도 잘 갖고 있다가

그이 생일날 종이꽃하고 선물들을 부쳐 달라고 말야...

...장갑 색깔 맘에 안들어도 그냥 끼기다..

앞으론 자기 물건 내가 고른는 일은 이번이 끝일테니까..

알았지...칠칠치 못하게 또 지난번처럼

지하철에 놓고 내리지말고....

그리구 진희말야...걔두 잃어 버릴지 모른니까

장갑에 끈매서 목에 걸게해...

잘흘리고 다니는건 어쩜 아빠나 그 딸이 똑같더라,,,

 

      

 

지난 겨울은 유난히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그날도 딸 아이를 데리고 유치원엘 가던 길에,,

 

’ 진희야 장갑 따숩지...?

’ 내년두 또 엄마가 쩐물 준데..아빠...?’

’ 아마 주울걸...’

’ 엄마 도온 이따만큼 갖꼬 하늘 나라 갔찌...구치 아빠아..?’

’.....’

 

앞으로는 그 사람대신 내가 하늘에서 보내 온 선물처럼 해서

진희에게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 바보 같이..머저리에게 그런 힘겨운 숙젤 내주고가면 우째....?’

 

바람이 춥습니다 올해도 아마 많은 눈이 내릴지 모릅니다.

함께 하다가 일부만이 훌쩍 떠난다는것,,

계절이 바뀌는것처럼...

어차피 둘 중에 하나는 먼저 가게 되어는 있지만

우린 그런 헐렁한 이별에 아직은 익숙지 못해 있는것 같습니다..

 

지금도 먼저 온 아이가 베란다 위에 고개를 쭉욱 밖으로 내밀고

절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 사람이 그랬거든요,,,,

                 

 

 



41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