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양2동성당 게시판

조금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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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myid] 쪽지 캡슐

2000-05-15 ㅣ No.1283

오늘은...참 좋은 날입니다.

때문인지 조금은 두렵습니다.

 

성당에 가면서.. 집에 돌아올때 까지..

모든 것이 고맙게 생각되는.. 날이었습니다.

 

전철역에서의 우연한 만남에 반가워 해준 이가 고마웠습니다.

후배들의 기념일을 위한 케잌을 사기 위해

조금 더 걷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길을 알려주기 위해 이런저런 얘기해 주는 자세한 배려가 고마웠습니다.

 

늦었지만.. 왜 늦었냐고 질책하지 않는 이들이 고마웠습니다.

누가 왔는지 쳐다 보고 제각기 인사해 주는 이들이 고마웠습니다.

다른 이의 어려움에 쑥스러워 하면서도

대신 노래 불러주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거기에 대해 나중에 아무 말도 않는 모습이 더욱 좋았습니다.

 

담배 한대를 아무렇지 않게 꺼내 주는 이가 고마웠습니다.

어렵게 지방에서 올라온 이에게 하나 둘씩 반가워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후배들의 축하를 위해 모두 모이기를 기다리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농담에도 화를 내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그 이가 화낼정도면 그만큼 정성어린 것이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쑥스러운 상대를 위해 다시 농담해 주는 모습이 더욱 좋았습니다.

 

한사람의 분위기에 맞추어 한 소리로 노래불러 주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사진기를 가지러 차에까지 가는 모습이 정겨웠습니다.

모두 기다릴까봐 계단을 쿵쾅거리며 뛰어오는 소리가 좋았습니다.

그 이가 계단을 뛰어 내려오는 소리에

모두가 감동하는 모습이 더욱 좋았습니다.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말을 들어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아주는 것이 고마웠습니다.

그 이의 사람됨을 존경합니다.

누가 나오지 않았는지 하나하나 찾아보는 이들이 고마웠습니다.

어디가 가장 좋은 모임자리일지 고심하는 이가 고마웠습니다.

가입인사 해달라는 투정에 눈웃음을 주는 이가 고마웠습니다.

별것도 아닐 답변에 감사해주는 이가 고마웠습니다.

길을 가다가 장미를 사달라고 투정부리는 이들이 고마웠습니다.

내게 한 말이 아닌것을 하는 것은 계면쩍은 것이라 생각하며 하지 않았습니다.

잠깐 뛰어가 한 송이씩 들려주었으면 더욱 환해졌을 이들의 얼굴을 생각하면

나의 편협했음이 아직도 안타깝습니다.

 

그다지 크지도 않은 케잌을 모두에게 맞추려고 자르는 것이 고마웠습니다.

좁은 자리에 끼어드는 사람에게 눈을 흘기지 않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비어있는 술잔을 눈여겨 보아 주는 것이 고마웠습니다.

별거아닌 닭쪼가리를 고맙게 받아주는 것이 고마웠습니다.

조금 늦었지만 더 좋은 모임자리를 생각해내고 아쉬워하는 이가 고마웠습니다.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에도 시원하게 웃어주는 이가 고마웠습니다.

그의 미소에 힘입어 다시 이야기를 꺼낼수 있게 됩니다.

 

몇 마디 하지도 않았지만 같이 하자고 옆에 와 준 이가 고마웠습니다.

별로 상관없을 수도 있는 부름에 항상 귀기울여 대답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얼마 안되는 먹거리라도 항상 나누어 주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먼저 가며 미안해하는 이가 고마웠습니다.

자신이 가면서 다른 이의 곤란함을 위해 같이 가자는 이가 고마웠습니다.

가면서도 한 사람 한 사람 인사하는 이의 눈을 보는 이가 고마웠습니다.

가야하는 자리에서 가능한한 오래 있어 주려 하는 이가 고마웠습니다.

보낼 것이면서도 한 번 만류해 주는 이가 고마웠습니다.

보내주기 위해 대신 이야기해 주는 모습도 좋았습니다.

결과는 같을 것인데 과정은 이렇게도 많습니다.

 

술김에 한 곡 하고 싶었던 내게 노래를 시켜주는 이가 고마웠습니다.

짧지도 않고 좋지도 않은 노래를

끝까지 조용히 들어주는 이들이 고마웠습니다.

부르는 것 보다.. 들어주는 모습이 더 좋았습니다.

 

후배에게 상처주지 않기 위해 신경쓰며 이야기 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산같은데도..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모습은 더욱 좋았습니다.

또 다른 이가 그를 위해 대신 변명해 주는 모습도 좋았습니다.

피곤하면서도 이야기를 깨지 않기 위해

그만하고 나가자고 하지 않는 이가 고마웠습니다.

돈에 궁색할 수도 있는 내게 계산 되었다며 웃어주는 이가 고마웠습니다.

건널목에서 늦는 나를 기다려준 이들이 고마웠습니다.

별것 아닌 음료수 하나에 고맙다고 해 주는 이들이 고마웠습니다.

서로 늦은 시간에 다른 이를 바래다 주려 하는 마음들이 고마웠습니다.

 

쓸데 없이 참견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좋은 이야기 고맙다며 연락을 준 이가 고마웠습니다.

내 방에까지 편지를 남겨준 이가 고마웠습니다.

 

그 이들 하나 하나를 마주보며....

참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오늘 따라.. 너무도 좋은 것이 많습니다.

한 주, 한 주 성당에 나갈 때마다

너무 성큼 성큼 빠져가는 제가 보입니다.

너무나 좋기만 한 사람들같기에

한 명도 빠짐없이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습니다.

한 명에게라도 미움받으면 어쩌나 걱정됩니다.

언젠가는 이 정겨움에 익숙해져..

한 순간 한 순간을 무심코 받아 들이게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이렇게 소심하게 되는 제가 우습습니다.

 

어찌 되었던...

그 사랑스러운 모습들을..

끝까지 지켜보고 싶습니다.

간간이 부리는 저의 욕심이나 잘못으로..

싫어하시게 되기 전에..

한 번 더 기회를 주셔서..

고칠수 있도록 꼭 충고해 주십시오.

 

글이 두서없이 씌어 졌으리라 생각하지만..고치지 않으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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