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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시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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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애 [agnes0115] 쪽지 캡슐

1999-07-07 ㅣ No.232

영배 얼굴 잊어먹남 했더니 드뎌 나타났구만..

 

이왕이면 우리나라 시라... 그려서 오늘 또 들어왔지롱.. ^^

 

이 시 제가 무지 좋아하는 시어요.

 

우리들 학교다닐 때 배우던 시들도 좋지만

 

너무 유명하다 보니 왠지 그 느낌이 새롭지 않더라구요.

 

그럼... 한 번 읽어 보시고 눈을 감고 문을 향해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자신을 한번 그려 보셔요..

 

그리고 다시 한번 읽어보셔요..

 

아름다운 시입니다.

 

 

 

 

< 너를 기다리는 동안 >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욱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황지우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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