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동성당 게시판
우리나라 시 한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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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배 얼굴 잊어먹남 했더니 드뎌 나타났구만..
이왕이면 우리나라 시라... 그려서 오늘 또 들어왔지롱.. ^^
이 시 제가 무지 좋아하는 시어요.
우리들 학교다닐 때 배우던 시들도 좋지만
너무 유명하다 보니 왠지 그 느낌이 새롭지 않더라구요.
그럼... 한 번 읽어 보시고 눈을 감고 문을 향해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자신을 한번 그려 보셔요..
그리고 다시 한번 읽어보셔요..
아름다운 시입니다.
< 너를 기다리는 동안 >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욱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황지우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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