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동성당 게시판

두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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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경 [kang1004] 쪽지 캡슐

1999-08-03 ㅣ No.260

♣두 달팽이♣

 

옛날에 달팽이 한마리가 살고 있었다.

어느날 문득 세상에 진절머리가 난 달팽이는

달팽이집 속으로 쏘옥 숨어 들어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얼마 안있어 무시무시한 폭풍이 몰려와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달팽이는 기분이 아주 나빠졌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어느사이

달팽이 머릿속에 있던 여러가지 생각들이 점점 흐릿해지고,

나중엔 깜깜해져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그때 새로운 달팽이 한마리가 달팽이 곁으로 다가왔다.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난 달팽이는 더욱 깊숙이 자기 집으로 숨어들었다.

그런데 새 달팽이는 시커먼 구름과 천둥 번개, 끊임없이 퍼부어 대는

빗줄기를 마구 원망하며 욕을 해댔다.

 

잠결에 새 달팽이의 불평과 한숨소리를 들은 달팽이는 깜짝 놀랐다.

마치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때 문득 한가지 생각이 스쳤다.

"저 친구도 나처럼 비관주의자가 되어 가고 있어."

 

달팽이는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새 달팽이에게 말을 걸었다.

"그만 걱정해. 이제 곧 폭우가 그치고, 풍랑도 진정될 거야.

비가 그치고 나면 늘 밝고 따스한 햇살이 새 날 위로 쏟아져 내리지.

이젠 모든게 잘될 거야."

달팽이는 이야기를 하면 할 수록 점점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꼈다.

 

새 달팽이도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둘은 천천히 밖으로 기어나왔다.

빗방울이 작아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흰구름 사이로 햇살이 반짝반짝 쏟아져

내렸다.

두 달팽이는 그 작고 갑갑한 집에서 완전히 벗어나 벌써 저만치 기어가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이 비가 언제까지나 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렇게 비가 온 후에 맞는 밝은 해는 얼마나 반가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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