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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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정 [cecil11] 쪽지 캡슐

2000-07-18 ㅣ No.2811

쩝..오랫만에 제 이름으로 글을 올리네요.

(rmfjgtmqslek. rlaqkqqkrtksms wjdml thgoddldjTtmqslek.

 - 궁금하신 분은 한타로 해석해 보세요.^^ )

 

어제랑 오늘 선택 캠프를 다녀왔거든요.

 

선택’이란,

보다 좋은 배우자 선택을 위한 그런 프로그램이라는 헛소문도 있었으나,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속함에 대해서 "아주 많은 대화를 나누는, 아주 가족적인" 그런 프로그램이랍니다.

 

캠프...

그러고 보니 주일학교 이외의 캠프는 거의 처음으로 가본 것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캠프가 끝날 때까지, 프로그램 및 진행에 대한 평가가 머릿속에    

 맴돌고, 무거운 짐들이 있으면 왠지 옮겨야만 할 것 같은 그런..주일학교

 후유증에 시달렸답니다. ^^; )

 

첫째날은  

나바위성당에도 가고, 숲정이 성지에도 가고, 천호 성지에 대한 설명도 듣고, 밤에 야간 추적놀이도 하고,주님과 함께 하루를 마감했지만,

그중 하이라이트는...

숲정이 성지에서부터, 천호 성지까지의 도보!

 

"캠프를 가장한 도보 성지 순례였습니다."

 

숲정이 성지에서 천호 성지까지는 옛날 박해시대 때 살아남으신 분들이 순교하신 분들의 유해를 짊어지고 걸어가셨던 길이라더군요.

그길을 걸어가기 전에 각자 다짐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저는 거창한 다짐을 했습니다. 제 자신의 상처와 미움들을 짊어지고, 우리 가족들과 제 자신을 위해 그길을 걷겠다고요. 하지만 막상 그길을 걸어가면서 제가 느낀 것은 다른 것이었습니다. 제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나 할까요.

 

맨 앞에 가시는 신부님의 뒤를 바로 따라가면서, 앞서 가시는 분의 뒤를 따를 수 있다는 것도 좋았고, 제 인생을 끌어주고 계시는 분들도 생각이 났습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이렇게 열심히 신부님을 뒤쫓아 가고 있는 것은 내가 신부님 바로 다음 2번째에 서서 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번째라는 자리가 저에게 더 힘을 주었고,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위치에 집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구불구불한 언덕을 지나면서부터, 몇 몇 사람들이 제 앞으로 먼저 가기 시작했고 저는 두번째의 자리를 지킬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예상외로 아무렇지도 않더군요. 두번째라는 자리에 집착하지 않는 모습이 참 뿌듯하게 느껴졌습니다.

 

앞이 얼마 보이지 않는 구비구비한 길들을 걸으며 남은 길들이 보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앞에 길이 보이는 곳에 이르러서는 저 길을 또 가야하나 싶어 가슴이 탁 막히고, 차라리 길이 안보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인간이란 그런 존재인가 봅니다. 또 하늘에 계신 분도 그런 분이신가 봅니다. 매 순간 다른 상황을 기대하고, 또 이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해주시고...

 

 

선택이라는 모임 안에서 저는 다시 한번 사랑이란 것에 대한 저의 모습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조건적인 사랑만을 해왔습니다. 그러한 탓인지 제가 느끼는 사랑들도 조건적인 것들로 생각을 했었습니다. 부모님의 사랑도 제가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예쁜 딸이기 때문에 받는 것인줄 알았고, 주위 분들의 관심과 격려, 사랑도 다 제가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성격을 지녔고, 나름대로는 바람직한 모습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또 내가 무엇무엇을 하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해주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한마디로 제가 잘났기 때문에 사랑받는 줄 알았었습니다.하지만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단지 저이기 때문에 저를 사랑해주는 그런 무조건적인 부모님의 사랑을 선택 안에서 비로소 느낄 수가 있었고 (이것이 저나 혜연이가 선택에서 운 이유일 것입니다 ㅠㅠ) , 하느님의 사랑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또 조건적인 사회 관계에 익숙해져 버린 저에게 사회 속에서도 단지 하나에 속한다는 것만으로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 시켜 주었습니다.

  

하하...

나름대로 열심히 정리해서 나누고 싶었으나...

쓰고 보니 파견 미사 때 발표한 내용 그대로네요.

 

마지막으로,

저랑 현영이랑 영미를 선택 캠프에 보내주신 최신부님께,

최신부님을 통해 저희를 선택 켐프에 불러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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