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동성당 게시판

세상의 다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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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israin] 쪽지 캡슐

2000-02-09 ㅣ No.463

법정 스님의 책을 통해 알게 된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는

시애틀 추장이 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등

다수의 인디언글을 류시화님이 책으로 엮으신 것이다.

 

고도의 철학자나  사상가의 글이 아님에도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이 싸아~ 해지는 책

작은 목소리로 조근조근 말하고 있는 듯

귀 기울이게 만드는 책

혼자만 읽기엔 아까워 끝내 키보드를 두들깁니다.

 

워싱턴의 대추장(미 대통령)이 그들의 땅을 사겠다고 제의하자

촌스런 벌건 피부의 시애틀 추장은 말한다.

  

" 어떻게 우리가 공기를 사고   팔 수 있단 말인가?  

 대지의 따뜻함을 어떻게 사고 판단 말인가?  

 우리로선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부드러운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우리가 어떻게 소유할 수 있으며,  

 또한 소유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우리로부터 사들이겠단 말인가?"

 

 ------- 중 략 ---------

 

" 우리에게는 그것이 우리의 누이와 형제와 우리 자신을 팔아넘기는 일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문명인이 우리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함을 안다.  

 그에게는 우리의 땅조각이 다른 땅조각들과 똑같은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필요로하는 땅을 손에 넣기 위해 밤중에 걸어오는 낯선 자이다."

 

------- 중 략 ----------

  

"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로 묶여 있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

 대지에게 일어나는 일은 대지의 아이들에게도 일어날 것이다.

 사람이 삶의 거미집을 짜 나아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사람 역시 한 오라기의 거미줄에 불과할 뿐이다.

 따라서 그가 거미집에 가하는 행동은 반드시 그 자신에게 그대로 되돌아온다."

 

------- 중 략 ----------

 

" 이 모든 대지 위에 자기 혼자라고 할 만한 장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의 마을과 도시의 거리들이 밤이 되어 고요해지고 당신은 황량하다고 느낄지 몰라도

 아직도 이 아름다운 땅을 사랑하는 우리 부족의 숨결이 모든 곳에 가득하다.

 문명인들은 결코 고독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죽은 자라 해서 아무런 힘을 갖지 않은 것이 아니므로,

 당신은 우리 부족에게 공정하고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  

 그들은 다만 세상의 다른 이름으로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아니, 내가 ’죽은 자’라고 말했던가?  그렇지 않다.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변화하는 세계만이 있을 뿐이다."

 

그는 말한다.

땅이라는 명사와 시애틀이란 고유명사의 다른점을...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 인간의 주인이 지구라는 점을...

자신의 부족이 조만간 사라질 것과 우리조차 언젠가는 스러질 것을

그것이 자연의 질서라는 점을...

그리고

사랑이란 거창한 무엇이 아닌 끊임없이 쓸고 닦고 아끼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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