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30>미쳐야 이룬다. |
---|
’불광불급’,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최흥효는 조선중기의 명필이다. 그가 과거를 보러 가서 답안지를 쓰는데,우연히 그중 한 글자가 왕희지의 글씨와 꼭 같게 되었다.평소에 수백 수천번을 연습했어도 종내 안되던 글자가 우연히 휘두른 붓 끝에 왕희지를 방불케 되었다. 제 글씨에 제가 도취되어 하루 종일 보고 또 보던 그는 차마 아까워서 제출하지 못하고 답안지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연히 같게 써진 한 글자 앞에서 그는 그만 입신출세의 꿈마저 까맣게 잊고 말았던 것이다. 조선 후기 이삼만은 초서를 잘 썼다. 그는 베를 삶아 희게하여 그 위에 글씨연습을 했다. 베가 새까맣게 되면 다시 삶아서 썼다. 몸이 아플 때에도 하루에 천 자 이상씩 썼다. 그는 먹을 갈아 벼루 세 개를 구멍 내지 않고는 안된다고 늘 말하곤했다. 그집은 본래 부자였는데, 글씨 때문에 마침내 영락한 신세가 되었다. 그 단단한 벼루 세 개가 구멍이 나도록 그는 먹을 갈고 또 갈았다. 가산이 기울어 영락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낙숫물이 돌을 뚫는다.미치지 않고는 안된다. 나를 잊는 몰두 속에서만 삶은 빛난다. 그저 남들 하는 만큼만 하고, 남들 가는 대로만 가서는 아름다운 성취를 이룰 수 없다. 그 순수한 몰두와 성취의 기쁨 앞에서는 과거에 급제하겠다는 야망도, 부자로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아무런 의미도 없다. 우리의 아둥바둥하는 고심참담이 단지 입과 배의 만족함을 위한것이라면 잠시 살다가는 인생이 너무 슬프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