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동성당 게시판

어느 아빠의 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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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hi0409] 쪽지 캡슐

2001-03-29 ㅣ No.2690

     < 어느 아빠의 후회 >

 

 

아가야, 조그마한 손을 가만히 뺨에 얹고 고요히 잠들어 있는 네가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아빠는 거실에서 책을 보다가 갑작스레 밀려오는 후회감에 무작정 네 방으로 들어왔단다.

 

아빠가 여태까지 네게 너무 까다롭게 굴었나봐.

세수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왜 음식을 흘리면서 먹느냐고, 자기 물건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다고...

 

정류장에서 "아빠, 안녕히 다녀오세요"하며 학교로 가는 네게 아빠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가슴을 쭉 펴고 걷지 못하겠니?"하고 잔소리로 응수했지.

 

저녁에도 마찬가지였어. 숙제 하나 제대로 못하냐고, 왜 옷은 더렵혀 들어왔냐고...

저녁 식사 후에 아빠가 거실에서 신문을 보고 있는데 네가 주저주저하며 다가오더구나.

 

"무슨 일이냐?"아빠의 퉁명스런 물음에도 너는 아무 대꾸도 않고 쪼르르 달려와서 내 목을

껴안고 뽀뽀를 하고는 너의 방으로 들어가버렸지.

 

아가야, 아빠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보던 신문을 떨어뜨리고 말았단다.

아빠의 머리속에는 그 순간 왜 그동안 너한테 했던 행동들이 하나둘 스쳐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네 작은 두 팔에는 하느님이 네게 심어주신 사랑이 듬뿍 담겨 있었어.

아무리 퍼내도 메말라버리지 않을 사랑 말이다.

 

아빠에게는 왜 그런 야단만 치는 못된 습관이 몸에 배어 있을까?

그건 결코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아직은 어린 네게 너무 무리한 기대를 걸었던 것이지.

 

아빠는 지금 속죄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네 앞에 무릎 꿇고 있단다.

 

아이야, 사랑한다.

 

 

- 리빙스턴 아라네드의 글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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