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동성당 게시판

가시밭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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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구 [ysk] 쪽지 캡슐

2002-06-09 ㅣ No.4345

윤의병 신부님께

 

교회는 순교자의 피위에 세워졌다고

윤형중 신부님이 제 영혼에 깊이 각인 시켜주셨습니다.

6.25가 발발하기 전날 밤

황해도 은률 본당에서

정치보위부에 잡혀가 순교하신 할바버님

저는 할아버님을 사랑합니다.

이 험난한 가시밭길 세상에서

신부님은 제 영혼의 빛이시기 때문입니다.

 

교우들이 월남하여 목슴을 보존하시라고 무수히 권하였어도

양들을 두고 떠날 수 없다고 교회를 지키셨던 할아버님

 

 

할아버지

오늘은 교회에서 소외된 저의 모습을 발견하고

제가 자살하려고 했던 그 젊은 시절이 다시 생각납니다.

 

 

요 몇년 저는 말할 수 없는 소외감에 시달려 왔습니다.

아직도 그 정체가 무엇인지 저는 확실히 이해는 할 수 없지만

소외감때문에 오는  깊은 절망의 늪에 수 없이 빠지곤 했습니다.

어떻게하던 어두운 순간을 신앙으로 버텨왔지만 결국

이렇게 본당 공동체로 부터 소외된 상태에서

신앙과 생활의 조화를 계획하면서 생기는  저의  부부의 어려운 시련 때문에 신부님께 글을 올립니다.

 

순교하신 할아버지 신부님

 

제가 아직 결혼하기 25살의 미숙한 청년으로서

어린동생들의 학비 마련을 위해

아버님의 퇴직금으로 사업을 시작한지 한 달도 돼지 않아

사업에 실패하고 아무의 위로도 격려도 없는 캄캄한 어두움과 폭풍 속에서

그 때는 교회에 대한 절망감 때문에 신앙도 없었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밀어 닥친 자살의 유혹이

제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 쓰레기통에 던져 버려

탈진할 때로 탈진해지고

쓰레기장에 버려진 여자들의 구두 짝같던

자신의 모습에 놀라 영혼이 까무라치던 그 때

그 어둡고 처절하고 정신이 산산이 부서지고 찢겨져 버렸던

그 아펐던 순간들을 저는 결코 제 생애에 한번도 잊어 본적이 없습니다.

 

그러기 두세달 전만 해도

저는 대학교에서 인재로 인정받고 있었고

어디에 가서도 성공할 것이라는 과장신부님의 칭찬의 말씀이

귀전에 생생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장학금 신청도 포기하고

사업을 시작하자 마자 좌절의 수렁에서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할아버님의 오촌 조카 윤형중신부님과

할아버지 신부님 때문이었습니다.

 

 

아저씨 신부님은 그 기나긴 유신시절의

절박한 시대에 기다림과

정의를 위한 삶이 순교의 삶이라는 메시지를 전국 방방곡곡 방송으로

당신의 육성을 제게 들려 주시던 그 잔잔한 미소로

순교정신의 참된 모습을 제게 보여 주셨습니다.

 

아저씨 신부님은 제가 사무장의 삶을 살도록 이끌어 주셨고

용기와 자신감을 주셨습니다.

수도자처럼 정릉 성당에서 봉직하기를 원하셨습니다.

수도원 입회는 단호히 거절하셨습니다.

신부님은 제게 수도성소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할아버님이 순교하시기전에 황해도 은율 성당에서

기도하시던 묵주를 제게 주셨습니다

 

 

할아버지

제가 그 어려운 순간에

할아버님이 신부님이셨다는 것이

기억남으로 해서

제 삶에 새로운 새벽이 시작되었던 것을

신부님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 생각이 영혼의 저 밑바닥으로 부터 떠올랐던 것은

할아버님의 사랑이라고 저는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천상에 계신 할아버님

이 6월 예수성심성월이이 되면

할아버님이 쓰신 군난소설 은화의 첫 귀절이 떠오릅니다.

 

’6월 염천’

 

6월의 땡볕

그것이 박해 시절의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신 것이 아닐까요?

 

6월 염천을 수도 없이 외어보면서

할아버지 신부님

저는 신부님을 사랑해 왔습니다.

 

 

제가 교회에서 어려움을 껶을 때마다

할아버님의 순교정신을 생각했고

윤형중신부님이 주교님으로 부터 껶어야 하셨던 수난을 생각하며

묵묵히 참아왔습니다.

 

 

할아버지 신부님

지금 제가 부족하고 부덕하여

본당 공동체로부터

소외당하여

영혼의 외로움을 느끼고 있지만

저는 반드시

할아버지신부님과

아저씨신부님과

순교하신 고조할아버님의 기념관을

반드시 짓겠습니다.

 

할아버님이 태어나신 베티 성지

진천 백곡 용진골에

신부님의 기념관을 꼭 짓어

신부님 사랑을

신부님의 순교 정신을 기릴 것입니다.

 

성모마리아

저를 위해 빌어주십시오

한국의 모든 순교자들이여

저를 위해 빌어주십시오

순교하신 윤자호 할아버님

저를 위해 빌어주십시오

순교하신 윤의병신부님

저를 위해 빌어주십시오

순교정신으로 평생을 사신 윤형중신부님

저를 위해 빌어주십시오.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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