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암동성당 게시판

매일 죽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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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행 [zitta] 쪽지 캡슐

1999-06-08 ㅣ No.66

매일 사는 사람, 매일 죽는 사람

매일 사는 사람, 매일 죽는 사람

 

어느날 지독하게 우울하던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고깝게만 들리던 나의 입은 독을 뿜는 독사의 입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얼마 돌아 보니 자신이 얼마나 황폐했던 가를 문득 깨닫고 깜짝 놀라고 만다. 내가 나를 미워 하고 있슴을 알고 자신이 부끄럽기만 하다.

 

회개란 어떤 날을 잡아 하는 것인 줄로만 생각했나 보다. 그렇다면 나는 저녁기도도 습관적으로 했으며 미사도 헛되이 드렸고 성체를 습관적으로 모신 것이다. 내가 나를 미워하면서 어떻게 남을 사랑 있는 것일까? 과연 나의 가슴에 사랑이라는 것이 있기나 하는 것일까? 그러나 어느날 아침 소나기가 지나간 것처럼 가슴에 자신이 외로워 보이고 측은하게 보였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자신을 위하여 기도하였다. 그러다 보니 내가 얼마나 못된 인가를 자세히 알게 되고 용서를 구하며 회개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읽었던 <매일 죽는 사람>이라는 단편소설이 생각 난다. 영화촬영장의 엑스트라였던 주인공은 매일 죽는다. 특히 사극 촬영 때는 하루에도 번씩 죽는다. 그렇다. 나는 하루에도 번씩이나 나도 모르게 죽어가고 있었다. 마음 깊은 곳에 머무르고 계신 구원자이신 성령님이 계신 것도 아랑곳 않고 그분을 배반하며 죽는 것이 습관적이다. 그래 회개는 나의 사는 길임을 깨달았다. 매일 매일 회개하고 용서를 빌고 기도하고 실수를 용납하는 겸손을 갖고 자신을 사랑하고 주님을 잊지 않고 천상에 뜻을 두고 사는 것이야 말로 다시 사는 길임을 깨닫게 된다. 보잘것없는 내가 어쩔 없이 매일 죽는다 할지라도 회개함으로써 영성체 함으로서 다시 있음을 느낀다.

나는 매일 살려고 성체를 한다.

 

주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저에게 평화를 주소서

 

남산 밑에서 토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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