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울성당 게시판

찡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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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현 [kaka0305] 쪽지 캡슐

2001-01-06 ㅣ No.1565

**찡한 이야기**

 

정호의 아내는 지난달부터 시내에 있는 큰 음식점으로

일을 다니며 정호 대신 힘겹게 가계를 꾸려나갔다.

정호는 저녁즈음에 오랜 친구를 만나 일자리를 부탁했다.

친구는 일자리 대신 삼겹살에 소주를 샀다.

술에 취해 고달픈 삶에 취해 산동네 언덕길을 오를 때

야윈 그의 얼굴 위로 떨어지던 무수한 별빛들.

집앞 골목을 들어서니 귀여운 딸아이가 그에게로 달려와 안겼다. "아빠, 엄마가 오늘 고기 사왔어.

아빠 오면 해먹는다고 그래서 아까부터 아빠 기다렸어"

일을 나갔던 아내는 늦은 시간 저녁 준비로 분주했다.

"사장님이 애들 갖다주라고 이렇게 고기를 싸주셨어요.

그렇지 않아도 영준이가 며칠 전부터 고기 반찬 해달라고 했는데 어찌나 고맙던지요."

불고기 앞에서 아이들의 입은 꽃잎이 됐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아내는 행복해했다.

정호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고기 몇 점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마당으로 나와 달빛 내려앉은 수돗가에 쪼그려 앉아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훔쳤다.

가엾은 아내......

아내가 가져온 고기는 음식점 주인이 준 게 아니었다.

숫기 없는 아내는 손님들이 남기고 간 쟁반의 고기를 비닐 봉지에 서둘러 담았을 것이다.

아내가 구워준 고기 속에는

누군가 씹던 껌이 노란 종이에 싸인 채 섞여 있었다.

아내가 볼까 봐, 정호는 얼른 그것을 집어서 삼켜버렸다.

아픈 마음을 꼭꼭 감추고 행복하게 웃고 있는 착한 아내의 마음이 찢어질까봐....

 

 

정말 찡하죠?..

잉~~ 코 아퍼... (->왜냐구요?.. 찡해서 코가 찡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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