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 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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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안쓰럽고
곁에 있어주고싶은 사람이 있다
새삼스럽게 이런 감정을 간직하며 살아갈 정도로 바보가 아니라고
과장스레 헛기침을 해보기도 하고
지금 이 마음은
정해진 수순에 따라 그냥 지나가는 계절풍같은 것이니
앞으로도 한결같으리라 맹세 하는 대신
그저 잠시 침묵으로 견디자고 위로도 하지만
똑같은 계절이 몇번이나 바뀌고나서도
여전히 처음의 얼굴로 내 앞에 와 절하고 섰는
이 낙화의 계절을 마주함은
왜 이리 서러운가
윙윙거리는 바람가운데 서서 나를 잃지 않으려고
고개를 들어 눈을 감는다
<화두>에서 피력한 최인훈님의 말이 떠오른다
- 운명은 오며가며 부는 바람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대지이다
우린 어딜가든 그 위에 있다 -
< 그대 만나고 싶은 날은
혼자서 내 길을 간다
못내 떨치고
돌아서지 않을
그리움으로 간다
사랑의 무덤 속에서
그대에게 입힌 상처
병으로 내게 와
봄비에 젖고
백년도 못 가는
고작 칠십의 생애
깊은 시름 안고
떠돌아야 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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