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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xyz] 쪽지 캡슐

2000-04-24 ㅣ No.1442

+ 보면 안쓰럽고 곁에 있어주고싶은 사람이 있다 새삼스럽게 이런 감정을 간직하며 살아갈 정도로 바보가 아니라고 과장스레 헛기침을 해보기도 하고 지금 이 마음은 정해진 수순에 따라 그냥 지나가는 계절풍같은 것이니 앞으로도 한결같으리라 맹세 하는 대신 그저 잠시 침묵으로 견디자고 위로도 하지만 똑같은 계절이 몇번이나 바뀌고나서도 여전히 처음의 얼굴로 내 앞에 와 절하고 섰는 이 낙화의 계절을 마주함은 왜 이리 서러운가 윙윙거리는 바람가운데 서서 나를 잃지 않으려고 고개를 들어 눈을 감는다 <화두>에서 피력한 최인훈님의 말이 떠오른다 - 운명은 오며가며 부는 바람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대지이다 우린 어딜가든 그 위에 있다 - < 그대 만나고 싶은 날은 혼자서 내 길을 간다 못내 떨치고 돌아서지 않을 그리움으로 간다 사랑의 무덤 속에서 그대에게 입힌 상처 병으로 내게 와 봄비에 젖고 백년도 못 가는 고작 칠십의 생애 깊은 시름 안고 떠돌아야 하는가 > -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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