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동성당 게시판

너를 위하여 나를 버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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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중 [kjj6502] 쪽지 캡슐

2004-03-25 ㅣ No.2371

 

 

 

너를 위하여 나를 버리듯...

 

 

눈을 열지 않으면

어떤 아름다움도 볼 수가 없듯

마음을 열지 않으면

어떤 진실도 이해할 수가 없으며

가슴을 열지 않으면

어떤 사랑도 받아들일 수가 없으며

열망의 문을 열지 않으면

신의 광영이 찾아 들지 않는 것

 

우리는 문을 잠그고 있다.

자기만의 틀에 들어앉아 문을 열지 않는다.

그 어떤 빛도 보려하지 않고

어둠을 더듬으며 사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어떤 계기나 뜻밖의 행운으로 하여

진리의 빛이 비춰들라치면

더 꼼꼼히 혹은 필사적으로 문을 걸어 잠그고

어둠에 싸인 두 눈마저도 감아 버리고

게다가 얼굴마저 손으로 얼른 가려버린다.

누구나 자기가 아는 것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고 경계하듯이

 

그리하여 안타깝고 안타깝게도

우리는, 너와 나로 구분되니

감정은, 기쁨과 슬픔으로 벌어지고

진리는, 영원과 순간처럼 멀어지고

갈망은, 욕망과 소망으로 불화하여

영혼은, 천사와 악마로 적이 되어

순수함은, 진실과 거짓으로 갈등하는 것

까닭에, 세상은 항상 모순되니

방황에만 지쳐가며

마음의 눈을 뜨지 못하고서

어이 아름다운 진실을 볼 수 있으리.

 

아름다운 진실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모든 것이 하나가 되는 사랑이니

그 사랑은 어디 있는가?

그것이 마치,

깊은 바다 속 태양의 빛도 스며들지 않는 곳처럼

저마다의 깊은 가슴 속에 있으니

누가 자신의 가슴 속을 잠수하여

그곳의 황홀함을 보았는가?

그저 얕은 물가에서 신이 난 아이들마냥

’깊은 곳에 가지 말라’는 전통적 가르침과

거기에 물이 든 타성

그것을 따르며 거부할 줄 모르는

맹목적인 믿음으로 인한 자기세뇌로 하여

중심으로 들어가는 길을 상실한 채

근심 많은 삶의 표면에서만 떠다니며

정박할 곳 없이 표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또한 그러한 여정이 삶의 전부인 양 착각하며

파도침이 없는 세계를 꿈꾸지 않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보라.

우리가 믿고 있는 모든 것들은

덧없음의 파도 앞에

물거품처럼 허망하게 사라져 갈 뿐이니

이 육신이 한 줌 잿가루인 것과 같이

소리치는 아우성이 한 줄기 바람인 것과 같이

기쁨의 웃음과 슬픔의 눈물이

구름처럼 연기처럼 흩어짐과 같이

가슴은 뻥 뚫려 허허로운 심정인 것과 같이

어느 곳에 기대고 머물러야 할지 모르는

막막한 서러움같이

우리가 매달려 온 것들은

다만 저 아지랑이처럼 환상일 뿐이지 않던가?

 

그러므로 가이 없는 자신의 신세가

그지없이 처량한 것을 한탄하고 반성하여

오직, 진정한 가치와 참다운 행복을 찾아

너를 위하여 나를 버리듯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는 이라면

알을 깨고 태어나는 탄생처럼

껍질을 뚫고 돋아나는 아픔처럼

지상으로부터 멀어지는 독수리의 날개처럼

과거를 버리고 가는 수행자처럼

집착과 망상의 때를 씻어버리는 지혜처럼

육신의 옷을 벗어버리는 영혼처럼

生死의 굴레를 떨쳐버리는 깨달음처럼

스스로를 가두어 온 것들로부터의

해방을 구해야 하리.

스스로가 스스로를 가두어 온 슬픔부터

울 수 있어야 하리.

왜냐면 그 모든 잘못은

자신의 길을 상실한 채로 헤매면서도

스스로 길을 찾지 아니한 까닭이므로

 

아! 그 누가 마음의 눈을 감고서

어둠과 고난이 자신의 허물임을 시인하지 않는가?

그러나 우리는 과연 자신이 걸어 잠근

어리석음의 문을 열어 젖힐 용기가 있는가?

편견의 묵인 아래 굳어진 견고한 틀을 부수고

자유의 고지에 오르려는 의지가 있는가?

오래된 습성을 털고 생기 없는 자신을

굽이치는 진리의 급류에 내어 맡길

모험을 원하겠는가?

활활 타오르는 영원의 불꽃 앞에서

순간에 기대며 살아온 나약한 마음을

서슴없이 뛰어들게 할 광기와

순간을 즐기며 익혀온 거짓된 마음을

가차없이 불태워 버릴 신념이 있는가?

 

멋모르는 철없음은

배고픔을 참으며 자신의 살을 도려내며

저 아무것도 없는

외로운 정상을 향해 나아갈 수 없는 것

고요한 사색으로써 알 수 있고

예리한 마음으로써 볼 수 있는

명백한 사실을 외면하고 회피하는 이들은

저 아무 맛도 없는

고뇌의 밤들을 지새울 수 없는 것

무엇을 위하여

무엇을 치루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철없는 이들은 공허한 언설만을 떠들 뿐

 

그러나, 불타는 가슴을 가진 이

너를 위하여 나를 버리는 용기로써

너를 위하여 나를 버리는 희생의 길을 걸어

너를 위하여 나를 버리는 완전한 사랑을 이루려는 이

그 어떤 삶의 고통도

아름다운 영혼의 싹 틔움을 좌절 시킬 수 없음을

확신하는 이

그는 주저하지 않으리니

자기 확신의 씨앗이 무한의 나무로 자라

불멸의 꽃을 피워 진리의 열매를 수확할 것을

의심치 않을 것이기에

 

아아, 그는 열망의 문을 활짝 열고

애틋한 그리움으로

자신의 가슴 깊이 순례의 길을 떠나리라

모든 것을 얻기 위하여

모든 것을 기꺼이 버리고 떠나리라

무엇이 두려울까?

마음껏 웃어 젖히며 그는 나아가고 나아갈 것을

저 아무 맛도 없는

고뇌의 골짜기를 헤치며

저 아무것도 없는

참다운 쾌락의 정상을 향해

쉼없이 도전할 것을

 

너를 위하여 나를 버리듯...

 

 

- 묵연 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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