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같은 삶
봉헌되는 아기 예수나
봉헌 하는 어머니 마리아는
다 같이 촛불 같은 사람들이다.
'구원'이 되고
'주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태울 수 밖에 없다.
봉헌되었다는 것은
하늘의 뜻(天命)을
따르겠다는 말이다.
하늘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는
자신을 고집하거나 주장해서도 안된다.
온전히 자신을 비우고 포기함으로서
하느님으로 충만하는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하늘의 뜻을 따르는
예수는 자신의 욕망을 앞세우는
인간들과 끊임없이 충돌하게 되었고
결국 비명횡사(非命橫死) 십자가
위에서 요절(夭折)하게 된다.
스스로를 태워서
어둠을 밝히고 나면
나중에는 재(灰)만 남는다.
십자가 위에 발가벗고 '
앙상하게 매달린
예수의 모습이 다 타고
재만 남은 모습이다.
그러나 그 빛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길(道)을 보았고
그 길로 구원으로 나아갔다.
아들을 한자루의
초처럼 하느님께 봉헌한
마리아의 삶도
예수의 삶과 다르지 않다.
"이 몸은 주님의
종입니다"(루가1,38)라고
응답한 순간부터
마리아의 삶은 봉헌된 삶이었다.
마리아는 아득히 높고
심오한 하늘의 뜻을 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타고 재만 남는 아들의 모습을
아픈 가슴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봉헌된 아기 예수,
봉헌하는 마리아.
촛불같은 그들의 삶이 '
주의 길을 밝히는 빛'이되었다.(一明)
2008년 2월 2일 주님
봉헌 축일(봉헌 생활의 날)
▒ 마산교구 강영구 루치오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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