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5동성당 게시판

...* 어떤 감동의 선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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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원 [hying728] 쪽지 캡슐

2003-11-05 ㅣ No.2647

도시 본당에서 일할 때였다.

여성 레지오에서 단장이 한 분 이사를 가게 되자 후임으로 새 단장을 임명해야 하는데 마땅한 여자가 없었다.

수녀님께 추천을 의뢰했던니 아무개, 아무개 여자가 시간도 있고 능력도 있다면서 세 여자를 추천해줬는데,

막상 내가 찾아가서 부탁을 할 때는 하나같이 시간이 없다며 거절하는 것이었다.

사정을 해도 소용없고 공갈을 쳐도 허사였다.

 

할 수 없이 다른 여자를 물색하는데,

본당에 여자는 많아도 단장을 할만한 여자는 찾기가 어려웠다.

그때 수녀님으로부터 한 여자를 다시 소개받았는데

그녀는 집안 일이 매우 바쁜 여자였다.

남편도 없이 식당을 운영하면서 자녀 다섯을 키우는데,

그녀에겐 레지오 말고도 일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 지나면서 일이 급하게 되자 그녀 이외엔 다른 대안이 없었다.

 

그녀는 본래 뚱뚱한 데다가 낙천적인 성격으로 무슨 일이든지 쉽게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막상 그녀를 불러 부탁을 하려니까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을 불러놓고는 한참 뜸을 드리다가 지나가는 말로 슬쩍,

단장 자리가 하나 비었는데 그 일 좀 맡아주면 어떻겠느냐고 운을 떼자

그 호박같은 얼굴이 금새 밝아지면서 대뜸 그랬다.

 

"신부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신부님의 밥입니다. ’하라’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너무도 뜻밖이었다.

자기가 내 밥이라니!

갑자기 드럼통 같은 그 자매가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예쁜 뚱뚱이로 보였다.

그때는 마침 세계 성체대회(1989)를 앞두고,

예수님은 ’우리에게 밥으로 오셨으니 우리도 그분의 밥이 되어야한다’는 내용의 강론들이 많았는데,

그녀의 한마디만큼 내 가슴에 큰 감동을 주는 강론은 듣지 못했다.

 

그날부터 나는 뚱뚱이 단장에게 빚진 신부가 되어,

뭔가 그녀에게 보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마땅한 선물이 없었다.

그래서 차일피일 미루고,

그러다가 해를 넘겨 부활이 다가왔을 때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것은 부활성야 미사 때 독서 하나를 그녀에게 맡기는 것인데 그 제의가 그녀를 대단히 기쁘게 했다.

 

밤 독서는 으레 유능한 사목회 간부들이 서로 나눠서 하는 게 상례였다.

그런데 그 해만은 본당신부가 직접 독서자를 정하여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독서를 맡기게 되자

사람들이 모두 의아하게 생각하는데,

이를테면 ’저 여자가 도대체 무슨 공로가 있는가?’하는 식이었고,

또한 ’식당에서 음식이나 파는 분이 과연 중요한 독서를 잘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어떤 노파심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것을 다 기우였다.

그 날 밤 육중한 체격이 독서대에 올라서자 왠지 성당 전체가 꽉 찬 느낌을 주었으며,

그녀가 천천히 읽어 내려가는 성서말씀 한마디 한마디는 긴장하고 있는

모든 신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이런 일은 정말 전에는 없었던 특별한 것으로 그녀의 독서는 그래서 많은 신자들에게 회자되었다.

 

사실 유능한 신자들은 독서를 읽을 때마다 의외로 많은 곳에서 틀리게 읽어

본당신부를 애 먹인 경우가 많았다.

왜 똑똑한 사람들이 글자를 틀리게 읽는고 하니,

자신들이 너무 똑똑하니까 똑똑한 자신을 너무 믿어서 읽는 연습을 게을리 하기 때문에 막상 독서대에 올라서면 뻔히 아는 글자도 계속 틀렸던 것이다.

 

나는 그날부터 그녀를 다시 보게 되었다.

도대체 어디에서 감동을 주는 힘이 나오는가?

물론 평소에 기도를 열심히 하며 성실하게 살기 때문에

주님께서 그녀를 다 채워주신다는 믿음은 있었지만

그래도 뭔가 특별한 방법 같은 것이 있어보였다.

그래서 부활 다음다음 날에 그녀가 운영하는 음식점을 찾아가

그 날 밤의 감동에 대한 인사를 하자 그녀가 호탕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신부님, 제가 독서대에 올라가서 스물일곱 번이나 연습했어요!"

 

그랬다! 그녀는 밤 독서를 하기 위해 해당 성서를 수십 번을 읽었으며

그리고 직접 독서대에 올라가서 연습한 것만도 스물일곱 번이나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녀가 준 감동의 비결은 성서를 읽고 또 읽고,

그리고 실제로 독서대에 올라가서 연습하고 또 연습했던 바로 그 노력이었다.

누가 과연 독서 한 번을 하기 위해 그와 같은 수고와 노력을 하겠는가?

 

독서뿐만 아니라 그녀는 가게 일도 그랬고 성당 일도 그랬으며 가정 일도 다 그런 식이었다.

힘들고 어려워도 늘 툭툭 털고 일어서서 다시 시작했으며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굽히지 않는 강인한 용기와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힘은 본인에게서 나오면서도 본인의 것이 아닌,

그녀 안에 계신 주님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확실할 수가 있었다.

 

여담이지만, 내가 세상에 감동을 주지 못한다면 내가 사는 삶의 의미는 무엇이며.

내가 정성으로 믿는 신앙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나는 뚱뚱이 아줌마를 통해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배웠다.

 

첫째는, 힘든 일이 있고 속상한 일이 있을 때마다 감실에 찾아가서

"주님, 저는 주님의 밥입니다.

이게 주님의 뜻이라면 주님 뜻대로 하십시오"하고 기도를 하면

만사가 다 해결되어 아파도 아프지 않고 슬퍼도 슬프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뭔가 오해를 받고 있는 사건이 있다해도 주님의 뜻이라면

절대로 섭섭하지 않는 믿음이 생긴 것이다.

 

둘째는 내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절대로 내 재주로 주려해서는 안되고,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내 안에 계신 주님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도 없이 기도하고 묵상하면서 주님의 뜻을 찾아야 하며

힘들고 어렵더라도 그 뜻을 따르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김없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게 된다.

 

늘 하는 강론도 그랬다.

말재주나 지식보다는 성서를 읽고 또 읽고, 기도하고 또 기도하면서 원고를 작성해야 하며. 그리고 한번 작성된 원고를 가지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면서 계속 고치고 수정해나갈 때 좋은 내용으로 다듬어져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내가 바로 그 감동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세상에 감동을 주고 싶다.

그래서 나는 편하게 살기가 싫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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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 예수님.

 

오늘 수험생 부모님들의 피정을 은혜롭게도 함께할수 있어서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많은 준비로 직접 피정을 이끌어 주신 홍 데레사 수녀님과 염 마리아 수녀님은~

식사중 어느자매 말씀처럼 수험생 엄마들의 엄마같은 충분한 역활이 되어주셨답니다.

오늘 함께 피정에 참가한 엄마들 마음을 대신하여 인사 드립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수녀님~.

 

언제부턴가 사당5동 게시판에 흥미를 잃고 지냈는데요.

주임 신부님께서 본당의 날 행림초등학교에서 사진기를 들고 다니시더니...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활기찬 본당신자들의 즐거운 모습을 꾹꾹 눌러찍으시더니.

한눈에 볼수 있게 올려주시니그 신부님의 사랑과 관심이 뚝뚝 묻어납니다.

 

어제~ 멀리 소록도에서 강길웅 신부님 글이 우편물로 전해져 왔답니다.

혼자 읽다가 좋아서...

사진 올려주신 고마운 신부님과 본당신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장문의글을 올립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샬롬!!!

 

추신 : 내일~ 구역장 반장님들 갈메못 성지순례 가시네요.  

본당의 일손들로 소공동체 구역과 반의 활성화를 위하여 그동안 수고많이 하셨으니~

무사히... 은혜롭게... 즐겁고 행복한 나들이... 잘 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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