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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렛 미션센터 5월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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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희 [missionclare] 쪽지 캡슐

2003-05-20 ㅣ No.2881

<안녕하세요?

 글라렛 미션센터에서 발행하는 5월회보 입니다.

 내용중 베트남에서 활동하시는 빈첸시오 신부님의 선교체험담 올립니다.>

 

 하루를 보내고 잠에 들어가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면 조금 이상한가요? 선교사로 먼 땅에 와서 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들을 제일 기뻐해야 되는 것이 정상인가요? 모든 것이 고요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나의 모든 것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 제일 좋다는 생각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함께 있는 미국 수사님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보겠다며 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CNN을 틀어 놓고 미국과 이라크의 잔인한 소꿉장난을 보고 있습니다. 난 영어를 알아 듣지 못한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방에 들어가 방문 틈으로 들려오는 이야기로 한숨만 쉬죠. 수사님이 학교에 가고 나면 저도 CNN을 틀어놓고 안들리는 소리에 귀 귀울이며 먼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보며 더 큰 한 숨을 내쉽니다. 가끔 베트남 학생들이 물어보면 난 잘라 말하죠. 난 전쟁이 싫고, 그 전쟁을 이끄는 미국이 싫다. 거기에 동참해 박수치는 영국도 싫다고... 집에서는 내가 가급적 그런 이야기를 피하니까 그 수사님도 처음에는 흥분하여 얘기하더니만 이제는 혼자 티비를 보고 말죠.

 가장 슬픈 것은, 이라크의 국민이 죽어 가는 것보다도 제가 슬퍼하는 것은 미국에서 부시의 지지도가 70%에 이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결국 이라크가 끝나면 다른 곳에서 또 누군가 얻어터질 테니까요.

 지난 주에는 무박3일의 긴 버스 여행을 갔답니다. 여행이라기 보다는 답사라고 해야 하지만 베트남 말을 아직 모르는 저로서는 답사라기 보다 여행이라고 해야겠죠. 호치민에서 남서쪽으로 캄보디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An Giang(안장) 지방의 불교 사원들을 돌아보는 프로그램으로, 이곳 도미니코 신학원의 답사였답니다. 인구 210만여명의 작은 지방으로 극히 일부만이 천주교 신자(2%)이고 거의 모든 주민이 불교신자(98%)로 분류되는 지역입니다. 다른 종교도 있기는 하지만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는 정도의 신자랍니다. 적다는 얘기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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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라렛 미션센터 136-823 서울시 성북구 성북2동 101 ☎ 743-7026,  FAX 743-7027

 

 베트남 변두리가 모두 가난하듯 많은 이들이 가난하게 사는 이곳의 사람들에게 부처님은 가장 큰 보호자이자, 그들을 이끌어 주는 신적 존재입니다. 아니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죠. 붓다라는 존재보다는 그들은 그들에게 복을 가져다 주는 다른 보살들을 더 섬기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1)은 An Giang의 Chua Phuoc Dien(픅딘사)의 불전 모습입니다. 그 가운데 있는 금복주 아저씨처럼 생긴 분이 여기서는 가장 인기가 많죠. 저도 한국에서는 가끔 본 적이 있는 듯 한데, 그 모습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서(쩝~~).

 어쨌든 여기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분입니다. 가정에 재화를 가져다 주는 분이라고 알려져 있으니까요. 많은 이들의 부유해지고 싶고 복을 누리고 싶은 염원은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지만 대신, 많은 이들이 가진 것을 다 털어 향을 태우고 제물을 바치면 옆에서 그들이 지나가기 무섭게 향을 치우는 일꾼들의 모습이나, 기도하는 이들의 기도 내용을 받아 태우며 돈을 요구하는 일꾼의 모습에서 신의 아픈 가슴을 느껴봅니다. 그리고 모습이 나를 닮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사진(2)한장을 더 곁들입니다. 안장(An Giang)을 지나가던 길에 찍은 메콩강의 모습입니다. 물놀이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이죠. 그들의 내일도 역시 그렇게 행복해지길 하느님께 청합니다.

그럼 안녕.

베트남에서 "나는 별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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