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기도해요
[ 백묵의 삶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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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묵의 삶 ]
마해성
당신이 나에게 또다른 이름을 주시려거든 백묵이라 불러주십시오.
쓰고 써서 닳아 가루가 되어도 늘 흰색 그대로인 선비의 마음
길쭉하고 가늘어도 모나지 않고 부러지고 잘려 쪼가리로 남아도 타고난 성품 바꾸지 않는 정직한 모습
새까만 칠판과 어우러진 삶이지만 생을 마감하는 그날까지 한 점 물들지 않고 말보다 몸을 사른 진실한 표징으로
내 모든 삶의 시작과 끝을 당신의 고운 두 손에 맡겨 뜻하신 대로 부서지고 녹아 새벽 안개 걷히듯 침묵으로 날아가겠습니다.
[그대 가슴에 시가 되어]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