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성당 게시판

홍신부님 강론(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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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2002-10-31 ㅣ No.5370

자매님들이 수도원으로 피정을 다녀오시면 하시는 말씀들이 있습니다.

너무 조용하고 공기도 좋고 또 매일 기도할 수 있고

수녀님들은 너무 좋겠다,

좋은 생각만 하고 죄도 안 짓고 사니 얼마나 좋은가.

수녀님들이 정말 부럽다--- 라고들 얘기를 하시지요.

 

하지만 매일같이 밥하고 빨래하는 일상 생활이 지겨워서 수녀원 가겠다는 분들은

막상 수녀원에 가면 하루도 못 견디고 다시 나오실 겁니다.

왜 그렇냐구요?

수녀님들은 일반 주부들보다 더 많이 밥을 하고 빨래하고 청소를 합니다.

수녀님들의 생활은 막노동자 같은 삶입니다.

겉으로만 깨끗하고 우아해보일 뿐

실상의 삶은 주부들보다 더 고됩니다.

수도자들에게는 가끔씩 외출을 한다거나 변화있는 삶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매일 같은 삶을 반복합니다.

 

왜 일상적인 일들을 매일 똑같이 반복을 하는가.

자기 마음을 수련을 시키기 위해서 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자기의 문제를 보지 않으려고 많은 도피 방법을 사용합니다.

자기 문제를 안보고 남탓을 하거나, 바쁘게 일에 매달리거나,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경치를 보면서 자기 마음의 어두운 부분을 안보려 하거나,

남자분들 같은 경우는 술에 매달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 자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분들은

그런 헤매임을 멈추고

있는 그 자리에서 자기 문제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때가 언제인가 하면

일상적인 생활이 지루하게 계속될때 입니다.

삶이 재미있고 즐겁고 그럴때는 내 문제가 잘 안드러납니다.

사는게 귀챦을 때, 같이 사는 사람이 짜증날 때

그때 자기 문제가 가장 노골적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그래서 수녀원에서는 다른 변화를 주지 않고

자기 안의 문제를 확실하게 보도록 매일 반복되는 생활을 시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 모두 박찬호나 박세리 같은 선수들을 잘 아실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들이 벌어들이는 돈의 액수만 생각합니다.

그만한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 어떻게 사는지는 잘 모릅니다.

매일 같은 공을 가지고 같은 폼을 수없이 연습합니다.

몸의 컨디션 유지를 위해서 술,담배도 하지 않습니다.

운동을 잘 하기 위해서 더 많은 운동을 합니다.

그리고 마음의 흔들림을 막고 마음을 컨트롤 하기 위해서 명상과 상담을 합니다.

그들의 삶은 마치 수도자와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수도자란 자기 마음을 다듬는 운동을 하는 프로 선수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앙 생활이란

자기 마음의 문제를 붙잡고 씨름을 하는 삶입니다.

그래서 영성가들이 이렇게 정의합니다.

기도 생활이란 매일의 일상안에서 드러나는 자신의 문제와의 씨름이다... 라고.

많은 사람들이 기도 생활은 주님의 품안에서 평안을 얻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기도에는 물론 그런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지향은 초보자 일때 추구하는 것입니다.

내가 마음에 힘이 없고

내 마음에 상처가 많을 때

그때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많이 합니다.

그러나 자기 마음에 힘이 얼만큼 생기면

제자들에게 ’네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라..’ 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대로

자기 십자가를 지고,

자기 문제를 지고 그것을 해결하는 길로 나서야 합니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물으십니다.

신앙 생활은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고 시작한 것인데 왜 그렇게 힘들게 해야 되느냐 라고.

그럼 계속해서 편안하게 사는 방법을 추구해도 괜챦습니다.

그런데 내 마음의 문제를 고치고 다듬는 훈련을 하지 않으면

지금은 괜챦은데 10~20년 후 반드시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가 만나는 어른 중에 어떤 분들은 주위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그분의 말이라면 다들 귀담아 듣는 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어른인데도

왜 저 사람이 죽지 않고 아직도 살아 있지-- 라고 주위 사람들이 생각하는 어른도 있습니다.

그 차이가 어디서 나오느냐.

자기 마음을 다듬느냐 안 다듬느냐

거기서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그게 세월이 흐르면서 드러나는 것입니다.

 

세상일이 노력없이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신앙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앙 생활은 은총으로 한다고 하지만

우리의 노력없이는 은총도 없습니다.

노력한 만큼 은총도 주어집니다.

우리의 삶이 수도생활이란 것 잊지 마십시오.

그리고 수도생활은 한 것 만큼 그 댓가가 돌아옵니다.

보통 자기가 자기 문제를 제대로 보고 컨트롤 하는데는 10년이 걸립니다.

10년 후에는 여러분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존경받는 어른이 되어 있을지

덜 떨어진 어른으로 살고 있을지는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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