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성당 게시판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는 것(홍신부님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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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2002-11-26 ㅣ No.5576

믿음이 약한데 하느님께 어떻게 기도를 해야 하냐고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대개 이런 분들은 하느님께 믿음을 달라고, 용기를 달라고 외치는 기도를 하십니다.

그리고 그런 기도는 일견 맞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기도를 했는데도 자신이 별로 달라지는 것 같지 않을 때

’하느님이 날 미워하시나--’  혹은 ’나는 아무래도 안되는 가봐--’ 하는 실망감에 빠지기가 쉽습니다.

이런 때 어떻게 기도를 해야 하는가?

그냥 약한 나의 모습을 보여드려야 합니다.

’하느님 저는 믿음이 약해서 그것은 못합니다’ 라거나

’하느님 저는 도무지 안되겠습니다’ 라고

자신의 약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어떤 권투선수가 있었습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거의 전승을 거둔 아주 굉장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사람은 아마도 마음이 무지하게 강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기자 한 사람이 시합 직전에 그의 라카룸에 몰래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아주 뜻밖에도 그 선수가 십자가를 붙들고 울고 있었습니다.

왜 우냐고 물으니 무서워서 운다고 하더랍니다.

그런데 그렇게 울고 난 선수가 링에 올라가서는 너무나도 용맹스럽게 싸워서 이기더라는 것입니다.

 

심리학적으로도

이렇게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강함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신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앞에서 그냥 하염없이 실컷 울거나 못하겠다고 하소를 하는 것

그것이 오히려 하느님이 내 안에서 움직이시기 편하게 해드리는 것이란 것이지요.

약한 나를 드러내는 영성의 대가는 소화 데레사 성녀입니다.

성녀는 자신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서 하느님의 도움을 청했다고 합니다.

이 약함을 드러내는 기도는 자매님들은 잘 하십니다.

그러나 형제분들은 하기기 어려우십니다.

왜냐하면 ’남자는 울어서는 안돼--’ 하는 교육을 받아오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남자가 울어서는 안된다는 그런 계명은 눈을 씻고 보아도 없습니다.

남자분들도 하느님 앞에서는 그저 아이일 뿐입니다.

힘드실 때는 하느님께 하소하시고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시는 것이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방법이란 것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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