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관동성당 자유게시판

얘야,요즘의 순교는 무조건 참는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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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현 [he486han] 쪽지 캡슐

2001-09-22 ㅣ No.1668

유년시절,성당마당은 나의 유일한 놀이터였다.

그곳에 가면 고무줄을 맬 수 있는 아름드리 나무가 두 그루 적당한 간격으로 서있어

봄이면 생동의 느낌을 주었고 여름이면 동네 노인들의 쉼터로 변했고 겨울이면 흰눈을 가지가지 보듬고 있어 성당 마당은 교인이건 외인이건 언제나 스스럼없이 드나들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나는 유년시절, 거기서 파란눈의 아일랜드 신부님과 참 많은 시간을 가질수 있었다. 고무줄넘기를 하다가 해가 져서 친구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나면 혼자 덩그러니 앉아있는 내가 안쓰러우신 그분은 생일날이나 운동회날에도 맛보지 못햇던 초코렛을 당신손으로 까서 맛을 보여주시곤 했다.

나의 친정어머니는 위독하실때 대세를 받고 소생하신후 세례를 받으셨다. 그 후 어머니께서는 30여년동안 주님께서 다시주신 생명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너무 힘에 부치게 봉사하셨음인지 영성체후 쓰러지셔서 아직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계신다. 나는 겉치레에 불과한 신앙생활로 회의를 느낄때마다 친정어머니와 통화를 한다.

친구들과의 미묘한 관계로 속앓이를 할때,남편에게 속좁게 굴었다든지 시부모와의 갈등으로 나쁜마음을 먹었든지 할때 어머니께선 내 마음을 훤히 꿰뚫어 보시고 전화를 하시곤 한다."얘야,그 옛날 종교의 자유가 없던 시절엔 믿음을 위해서 목숨까지도     내어놓았잖니!지금의 순교는 참는거란다. 참는다는게 많이 어렵겠지만 목숨을 내어놓는것보다는 낫지 않겠니? 순교하는 마음으로 참다가 그래도 힘이들면 하느님께 투정해라. 그러면 후련할게다.나는 몸이 너무 아프면 하느님께 대들기도 한단다.<주님,나를 사랑하시는 표현을 꼭 그렇게 아프게 하셔서 기억해주시느냐고> 말이다.너는 너무 기도를 안하더라.우리는 주님의 성체를 영하니까 투정을 해도 괜찮다.그래도 투정하기보다는 참는걸 하느님께서는 더 예뻐하실게다. 기도해라, 늘 기도해라." 나는 녹음테이프처럼 늘상 같은 말씀을 하시는 어머니 전화음성을 거의 외우다시피 한다. 참는다는것, 눈을 감고 입을 꾹 다물고 5분만 있으면 되는것을 그것을 나는 슬기롭게 하지못해 어머니의 순교론에 순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천주교회의 역사야 말로 순교역사요 박해속에서 피어난 한송이 꽃이다. 신유박해, 기해박해, 병오박해, 병인박해, 등 피비린내 나는 박해를 통해 1만여명의 신자들이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며 순교했다.

9월은 순교자 성월의 달!

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리고 위대한 순교성인을 위한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 윤혜현  소피아    1998년 9월 20일 서울주보에 올린글 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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