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계동성당 게시판

'고통'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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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표 [ojpaul] 쪽지 캡슐

2000-08-20 ㅣ No.1120

군에 있을 때 군종교구에서 나오는 샘물이란 책자에서 본글입니다...

나에게 주어지는 고통이 과연 괴로운 현실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를 생각케 합니다..

 

이글이 여러분에게 무엇을 말하는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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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송이는 갓 아래에서 떠나려고

준비하는 자식(포자)들을 불렀다.

 

엄마 송이가 말했다.

"얘들아, 너희는 절대 좋은 터를 잡으려고 하지 말아라."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엄마, 왜 좋은 터를 잡지 말라고 하지요?

 좋은 터가 좋은 것 아닌가요?"

 

엄마 송이가 대답했다.

"내가 엄마 갓을 떠나올 때였지.

나는 솔바람이 실어다주는 대로 왔는 데 비해

언니는 굳이 좋은 터를 골라서 내렸단다."

 

"그런데 말이다.

언니는 흙 밖으로 고개를 못 내밀고

일생을 마쳤지 뭐니."

 

아이들은 놀라며 반문했다.

"엄마, 왜 그렇게 되지요?

좋은 터에 뿌리를 내리면

더 잘 자라는 것 아닌가요?"

 

"아니다. 좋은 조건에서는 한없이

계속 뿌리만 자라는 것이 우리 버섯이란다."

 

엄마 송이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렇게 오백 살을 먹도록 땅 속에서

뿌리만 크다가 죽는 우리 선조도 있다."

 

"흙 밖으로 버섯을 내밀기 위해서는

뿌리의 자람을 방해하는 세력이 있어야 해.

송진이나 산성 같은 역경이 곧

땅 위로 자라게 하는 힘이 되어주는 것이지."

 

송이네 아이들은 다짐했다.

"엄마, 알았어요.

역경을 반가워하며 살겠어요.

그래야 우리도 엄마 같은 송이버섯이 되지요."

 

                        -정채봉의 "어른모시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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