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왜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않으면 안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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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mariaksy] 쪽지 캡슐

2002-03-17 ㅣ No.3510

 

 

 오늘 KBS 일요스페셜이란 프로에서 일본의 한 자폐증 청년이

 당당히 공무원이 되고 사회의 일원이 된 모습을 보았습니다.

 

 바닥까지 내려가 아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기를 이웃들에게 늘 청하는 청년의 어머니와 ,

 다른 모습/ 다른 식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주변 사람들이 참 좋아보였습니다.

 

 아래 글은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사브로씨의 것인데

 그의 맏아들도 심한 장애가 있습니다.

 - 애정의 눈을 가진 아버지만이 가질수 있는    

   놀라운 통찰력에 대해 감탄하였던 글입니다

 

  좀 안 맞는 것도 같지만 이 글을 읽고서는

 ’ 왜 사람들은 성당에 가지않으면 안되는가! ’라는 질문을 해보기도 하였던 글입니다.^_^*

 

 

 

 

 

우리집의 첫째 아이는 히카리라고 하는 남자 아이인데, 태어났을 때부터 머리 부분에 이상

이 있었습니다.  머리가 크고 작은 것이 두 개가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커다란 혹이 후

두부에 붙어 있었던 것입니다.  의사 선생님은 그것을 잘라낸 뒤에 가능한 한 뇌의 본체에

영향이 없도록 상처 입구를 막아주었습니다.

 

히카리는 겉으로는 별 탈 없이 자랐지만, 너댓살이 되어도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음의 높이나 음색에 아주 민감해서 먼저 인간의 말보다 들새의 노랫소리를 많이 익혔습니

다.  그리고 어떤 새의 노랫소리를 들으면, 레코드 판으로 듣고 알게 된 새의 이름을 말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히카리가 말을 익히는 과정의 시작이었습니다.

 

히카리가 만 일곱 살이 되었을 때, 건강한 아이보다 한 해 늦게

’특수학급’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는 각자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항상

큰 소리를 지르는 아이가 또 가만히 있지 못하고 돌아다니면서 책상에 부딪히거나 의자를

넘어뜨리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창문으로 들여다보면 히카리는 언제나 두 귀를 두 손으로

틀어막은 채 온몸이 굳어져 있었습니다.

 

나는 이제 어른이 되었으면서도 아이였을 때와 똑같은 물음을 나 자신에게 던지는 나를 발

견하게 되었습니다.  히카리는 왜 학교에 가지 않으면 안되는가?  들새의 노랫소리를 잘 알

아듣고 또 새들의 이름을 부모에게 가르쳐주는 것을 좋아하니까, 셋이서 숲속으로 돌아가서

그곳의 높은 풀밭에 집을 짓고 살면 어떨까?  나는 식물도감에서 나무의 이름과 성질을 확

인하고, 히카리는 새의 노랫소리를 듣고 그 이름을 말하고, 아내는 우리 둘을 스케치하든지

음식을 만든다면...이게 어째서 안될까?

 

그렇지만 어른인 나에게도 어렵기만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바로 히카리 자신었습니다.  

히카리는 ’특수학급’에 들어가서 어느 정도 지나자, 자기와 똑같이 큰 소리와 소음을 싫어하

는 친구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둘은 언제나 교실 구석에서 손을 마주잡고 가만히 견디게

끔 되었습니다.

 

게다가 히카리는 자기보다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그 친구가 화장실에 가는 것을 도와주게

되었습니다.  자기가 친구를 위해서 도움이 된다는 일은, 집에 있으면 무엇이든지 어머니한

테 의지하는 히카리에게, 신선한 기쁨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 둘은 다른 아이들과 떨

어진 곳에 의자를 나란히 하고 FM 음악 방송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자 히카리는 새의 노랫소리보다도 인간이 만든 음악이 자기가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방송에 나오는 곡목들 중에서 친구가 마음에

들어하는 곡 이름을 종이에 적은 뒤에 집에 돌아와서는 그 CD를 찾기도 했습니다.

 

거의 온종일 입을 다물고 지내는 두 사람이 서로 바흐나 모짜르트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

다는 사실을 선생님도 눈치 채게 되었습니다.

 

히카리는 ’특수학급’이 끝나자 양호학교로 그 친구와 함께 진학했습니다.  일본에서는 고등

학교 3학년이 끝나면 더 이상 지적 장애아를 위한 학교가 없습니다.  졸업하는 히카리와 그

의 친구들에게 선생님들이 "내일부터 이제 학교에 안와도 돼요" 하고 설명하는 것을 나도

부모로서 듣게 되는 날이 왔습니다.

 

졸업식 파티에서 내일부터 이제 수업이 없다는 설명을 몇 번씩이나 들은 히카리가 말했습니

다.

------이상한데....

그러자 그 친구도 마음을 담아 대답했습니다.

----- 이상하네.

두사람 모두 놀랐다는 듯이, 그러면서도 조용한 미소를 띠우고서.

 

처음에는 어머니한테 음악을 배우다가 이제는 작곡을 하게 된 히카리를 위해서 내가 이 대

화를 토대로 하여 시를 쓰고 히카리는 곡을 붙였습니다.  이 곡이 발전한 <졸업 . 변주곡과

더불어>는 여러 연주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듣게 되었습니다.

 

지금 히카리에게 음악은 자기의 마음 속에 있는 깊고 풍부한 감정을 스스로 확인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며 그리고 자기를 사회와 연결시켜나가는 데에 가장 도움이 되는 언어입

니다.

 

이것은 가정 생활에서 싹튼 것이지만, 학교에 다니면서 확실한 형태를 이루었습니다.  자국

어 뿐만이 아니라 과학도 산수도 체조도 음악도 자기를 확실히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과 연

결시켜나가기 위한 언어입니다.  외국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이것을 배우기 위해서 어느 세상에서나 아이는 학교에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에 겐자브로, 왜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으면 안되는가 - ’나의 나무 아래서’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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