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우동성당 게시판

듣게하소서.이해인수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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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희 [JIN781110] 쪽지 캡슐

2000-02-22 ㅣ No.667

듣게 하소서                       지은이 : 이해인   

 

주여, 나로 하여금   

이웃의 말과 행동을

잘 듣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내 하루의 작은 여정에서

내가 만나는 이의 말과 행동을   

건성으로 들어 치우거나

귀찮아 하는 표정과 몸짓으로

가로막는 일이 없게 하소서   

 

이웃을 잘 듣는 것이 곧 사랑하는 길임을

내가 성숙하는 길임을 알게 하소서   

이기심의 포로가 되어

내가 듣고 싶은 말만 적당히 듣고   

돌아서면 이내 잊어버리는 무심함에서

나를 구해주소서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에게   

못 들은 척 귀막아버리고  

그러면서도 ’시간이 없으니까’

’잘 몰랐으니까’ 하며 핑계를 둘러대는 적당한   

편리주의, 얄미운 합리주의를 견책하여 주소서

 

주여, 나로 하여금 주어진 상황과 사건을

잘 듣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앉아야 할 자리에 앉고   

서야 할 자리에 서고   

울어야 할 때에 웃고   

웃어야 할 때에 웃을 수 있는

민감하게 듣고 순응하는   

삶의 지혜를 듣게 하소서   

 

주여, 나로 하여금   

자신을 잘 듣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나를 잘 듣는 사람만이   

남을 잘 들을 수 있음을   

당신을 잘 듣을 수 있음을   

거듭 깨우치게 하소서

선한 것을 지향하는 마음의 소리를   

잘 듣기 위해   

침묵과 고독속에   

자신을 조용히 숨길 줄도 알게 하소서   

나는 두 귀를 가졌지만

형편없는 귀머거리임을 몰랐습니다.   

 

사람과 사물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말만 많이 했음을 용서하소서  

들으려는 노력도 아니하면서

당신과 이웃과 세상에 대해   

멋대로 의심하고 불평했음을   

지금은 뉘우칩니다.   

 

매일매일의 내 작은 여정에서   

내 생애의 큰 여정에서

잘 듣고 잘 말하는 이가 되도록   

밝고 큰 귀와 입을 갖고 싶습니다.   

언제나 이웃을 위해   

마음의 귀가 크게 열려 있는

성인들의 사랑을 본받고 싶습니다.   

 

말소리만 커지는 현대의 소음과   

언어의 공해 속에서도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겸손히 듣고 또 듣는   

들어서 지혜를 깨우치는   

삶의 지도자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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