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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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수 [suya21] 쪽지 캡슐

2002-03-05 ㅣ No.2523

그가 왔습니다.

손을 내밀면 덥석 잡힐듯 가까이 와 있습니다.

이제 어떤 명분으로도 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득부득 다가서는 그를 더는 밀어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 달이나 전부터 그에 대해 수없이 얘기했던 것은

그를 만나는 순간 푹 빠지고 말 것 같은 예감으로,

그건 기다림의 전초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를 곁에다 두고도, 아니면 그 안에 파묻혀 있으면서도

자주자주 그를 그리워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잠시 머물다 떠나갈 덧없음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날 문득 그가 사라지고 나면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긴 기다림이 시작되리라는 것을,

만남과 떠남과 재회의 그 끝없는 순환을 너무나 잘 알기에

애써 담담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거짓없이 말하라면 나는 그가 좋습니다.

부드럽게 얼굴을 감싸고 목덜미를 간지르고

마음까지도 훈훈하게 어우르고 지나가는

저녁 바람과 신비로운 꽃향기,

그가 가져오는 달콤한 유혹에 기꺼이 흔들립니다.

해마다 그 모든 것을 어김없이 가져다 주는

그는 바로 내 생애 수도 없이 만나는 새봄입니다.

 

        su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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