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1998.12.27.강론(성가정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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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국 [yk1004] 쪽지 캡슐

1998-12-27 ㅣ No.92

1998년 12월 27일 성가정 축일 강론

 

제1독서:집회서 3,3-7. 14-17a.

제2독서:골로사이 3,12-21.

복음:마태오 2,13-15. 19-23.

 

   형제 자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 가정 축일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성탄절 이후로 첫 번째 맞이하는 주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들은 '성 가정'이라는 말을 잘 씁니다. 그런데 본래의 성 가정은 나자렛 성 가정 하나 뿐입니다. 그렇다고 우리 신자들의 가정을 '성 가정'이라고 한다고 해서 그것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우리 신자들의 가정이 성 가정일 수 있는 이유는 그 가정이 바로 나자렛 성 가정을 닮는다는, 아니 닮아 간다는 의미에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 성 가정을 이룬다.'고 할 때, 그것은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영세를 함으로 해서 모두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성 가정은 그것만으로 충분치는 않습니다.

    IMF 시대라고 하는 요즈음에 많은 가정이 깨지고 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실직하여 집을 나가고 어머니는 가출하고 아이들은 버려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합니다. 십지어 우리 신자들의 가정도 예외가 아니라고 합니다. 만약에 우리 신자들의 가정이 이런 위기상황에서 이렇게 분열된 양상을 보인다면 그것은 진작부터 진정한 성 가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창세기 1장 16절에는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너는..... 남편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싶겠지만, 도리어 남편의 손아귀에 들리라." 이것은 여자는 가정 안에서 남자에게 당연히 쥐어 살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하느님께서 하신 말씀이 아닙니다. 사랑에 기반을 둔 일치의 정신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가정이 원죄의 결과로 인해 폴력과 억압이 존재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로 이 '폭력과 억압'이 가정파괴의 원인이 아닌가 합니다. 가정 안에는 사랑과 평화가 지라잡아야 하는데, 그래서 바깥 세상에서 세파에 찌들고 시달린 영혼들이 가정 안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가정 안에 원죄의 결과로 자리잡은 억압과 굴종이 경제력이라는 방패막이 없어짐으로 해서 힘을 발휘하여 가정을 깨뜨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저는 혼인서약 때의 약속을 여러분에게 상기시키고자 합니다. "나 (   )는 당신을 내 아내로 또는 남편으로 맞아들여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일생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며 신의를 지키기로 약속합니다." 결혼하신 분들은 이 서약을 했던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또 결혼한 다음에 영세하신 분들도 이 혼인서약을 직접 하지는 않았지만, 영세와 더불어 이 서약을 분명히 받아들인 것입니다. '사랑과 존경', 바로 그것이 성 가정을 이루는 버팀목입니다. '상대방을 사랑은 하지만 존경은 못하겠다.' 그렇다면 혼인의 유대를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상대방에게 존경을 받고 싶지만 존경하지는 않는다.' 그것 역시 잘못입니다. '아내가 하늘인 남편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이지, 남편은 아내를 존경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땅에서는 그런 법이 없다.' 당장 생각을 바꾸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여기서 여러분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방법을 한 가지 제안할까 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가정에서 왕처럼 또는 여왕처럼 대접받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아내를 여왕으로 남편을 왕으로 대접하십시오. 아니만들어 주십시오. 그렇게 해야만 여러분 자신이 여와의 남편인 왕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왕의 아내인 왕비, 또는 여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왕 또는 여왕 대접을 받기 위해 상대편을 하녀로 또는 하인으로 대접한다면 하인의 아내인 여러분 또한 하녀가 될 수 밖에 없고 하녀의 남편도 아무리 잘 해 봐야 하인 밖에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자녀가 세상에서 왕자나 공주 노릇을 하길 원한다면 가정 안에서 그들의 인격을 존중해 주고 탄인의 인격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으로 길러야 할 것입니다. 또한 예절바르고 웃사람을 알아 볼 줄 아는 품위있고 교양있는 사람으로 키우셔야 할 것입니다. 이런 가정 안에서의 삶의 태도가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지름길이 아닐까 합니다. 저녀를 이쁘게만 키워 버르장머리 없는 사람이 되면 어릴 때야 그런대로 귀엽겠지만 그 자녀는 애물단지가 되고 천덕꾸러기가 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자녀가 어릴 때는 커가 '뭐가 되라.', '뭐가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제 대에 좋은 짝을 만나서 좋은 가정을 꾸리는 것이 모든 부모의 소망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리 공부 많이 하고 출세하고 재산을 많이 갖게 된다 하더라도 자기 가정 하나 꾸려 나가지 못한다면 그 자식은 부모에게 애물단지가 되고 말 것입니다. 하물며 모든 이의 진정한 아버지이신 하느님께서 우리들의 좋은 가정,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나가는 것을 기뻐하시지 않을 리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 신자들의 사명 중에 예언직이라는 직분이 있습니다. 예언직이란 말과 행동으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며, 선교사명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우리들의 가정이야말로 선교의 장입니다. 남편과 아내는 서로에게 인간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 가면서 사랑하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고 그리스도를 충실히 따르는 교회의 모습을 증거할 수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하느님의 넓으신 아량과 사랑을 보여 줄 수 있으며 자녀들은 섬김을 받으셔야 하느님의 아들이지만 성모 마리아와 요셉 성인께 순종하시면서 자식의 역할을 다했던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 모든 신자들은 나자렛 성 가정을 닮은 또 다른 성 가정을 보여 줄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 신자분들 각자가 사랑과 존경으로 이루어진 성 가정을 이루어 나갈 때 그것은 세상을 향한 복음선포의 강한 웅변, 힘찬 외침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여러분이 꾸민 가정은 여러분 스스로에게 행복을 안겨 줄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 신자들은 하느님 안에서 스스로 행복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행복한 성 가정의 구성원이 될 권리도 있으며 또 의무도 있음을 항상 명심하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잠시 묵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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