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3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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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3-01-30 ㅣ No.1109

연중 제3주일(나해. 2003. 1. 26)

                                               제1독서 : 요나 3, 1∼5. 10

                                               제2독서 : 1고린 7, 29 ∼ 31

                                               복   음 : 마르 1, 14 ∼ 20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지난 주 미사를 마치면서 여러분에게 하느님의 몫을 먼저 드리고 나서 생활하시라고 했는데 여러분 그렇게 하셨나요?  시간에 관해서도, 물질에 관해서도 하느님의 것을 먼저 생각하고 생활한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의 주제는 회개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첫마디는 "때가 다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여러분 혹시 때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군지 아십니까?  때 밀어주는 사람입니다.  농담이구요.  이 복음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는 것입니다.  바로 하느님의 나라는 우리의 구원입니다.  우리의 구원이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 구원을 얻기 위해 조건이 있습니다.  그것은 회개입니다.  우리 자신의 회개입니다.  무엇에 대한 회개라고 생각하십니까?  커다란 잘못에 대한 회개이면서 또한 우리의 다른 이에 대한 무관심과 나누지 못하는 삶에 대한 회개입니다.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거나, 자신의 가정이나 좋아하는 이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에 대한 회개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요나 예언자가 전하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니느웨의 모든 사람들이 회개합니다.  사십 일이 지나면 니느웨는 잿더미가 된다는 하느님의 말씀에 그들은 높은 사람 낮은 사람 할 것 없이 모두 굵은 베옷을 입고 단식하며 자신들의 못된 행실을 버리고 회개하여 하느님께서 그 곳에 내리기로 했던 재앙을 거두셨습니다.  바로 회개하는 것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구원을 얻는 것이며 생명을 얻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은 제자들은 아주 신속하고도 완전한 응답을 합니다.  시몬과 안드레아는 "곧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고, 야고보와 요한은 "아버지 제베대오와 삯꾼들을 배에 남겨둔 채" 예수님을 따라 나섰습니다.  구원을 얻은 이들의 모습입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 그래서 구원의 기쁨을 전하는 것이 바로 하느님을 믿는 이들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가끔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것입니다.  "주님, 저는 요.  여우같은 아내와 토끼같은 자식을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합니다.  여행도 가야 합니다.  결혼도 해야 하구요.  출세하기 위해 노력도 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아야 하구요.  공부도 해야하구요.  건강하기 위해서 운동도 해야합니다.  그래서 당신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한다는 것이 세상의 기준으로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요?

 

  전쟁터에서 생긴 일을 이야기 해드리겠습니다.  큰 싸움을 치르고 심하게 부상당한 병사 하나가 애타게 물을 찾았습니다.  마침 한 병사의 수통에 약간의 물이 남아 있었고 그는 얼른 그 수통을 부상당한 동료에게 건넸습니다.  수통을 받아든 병사는 물을 마시려고 고개를 뒤로 젖히다가 불현듯 모든 병사들의 눈이 자신이 들고 있는 수통에 집중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병사는 이를 악물었습니다.  그리고 목마른 것을 꾹 참고 그 수통을 대장에게 넘겨주었습니다.  대장은 수통을 넘긴 병사의 마음을 알고 꿀꺽꿀꺽 소리를 내며 마셨습니다.  그런 다음 다시 그 부상당한 병사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병사가 다시 수통을 받아 들고 보니 물은 조금도 줄지 않았습니다.  그 역시 대장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 병사는 대장처럼 수통을 입에 대고 꿀꺽꿀꺽 소리내어 달디단 표정으로 그물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것을 옆에 있던 다른 병사에게 건넸습니다.  병사들 전원이 돌아가며 입을 대고 꿀꺽꿀꺽 마셨습니다.  나중에 그 수통은 본래의 임자에게까지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수통의 물은 처음과 똑같은 양으로 그대로 남아 있었고, 더욱 놀라운 것은 더 이상 갈증을 느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구원은 예수님께서 대가를 치르시어서 우리에게 거져 주어진 것입니다.  감나무 밑에 입벌리고 있다고 감이 떨어져 벌어진 입으로 떨어진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제1독서에서 요나가 아무리 하느님 말씀을 외치고 다녔다고 해도 회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었을 것입니다.  회개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결국 죽었을 것입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안 된다는 말이 아닌 아주 작은 사랑의 실천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회개의 모습입니다.  목이 마르지만 다른 이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회개의 모습입니다.  자신만을 생각하고 자신만을 위해 생활하는 것이 아니라 가끔 아주 가끔 사랑이라는 거창한 이름은 아니더라도 우리 자신의 조그마한 불편을 감수하면서 다른 이를 위해 생활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면 회개의 모습입니다.  회개한다는 것은 바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 그 사랑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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