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난 이제야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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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준 [bopark] 쪽지 캡슐

2000-06-22 ㅣ No.1336

삭발을하고/

머리띠를 두르고/

주먹을 불끈 쥐고/

하늘을 향해 치켜들고/

목청껏 구호를 외치고/

본연의 업무를 팽개치고/

거리로 뛰쳐 나오는 것이

노동자 ,농민과/

운동권의 전유물인지/

알았었는데/

청진기를 귀에 꼽고/

흰가운을 입으신 분들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난 이제서야 알았네/

 

남보다 많이 배우고/

남보다 잘 먹고/

남보다 잘살고/

남보다 좋은차도 타고/

남보다 고상한 인격을 가졌을/

히포크라테스의 제자들도/

제 밥그릇 앞에서는/

체면도 인명도/

눈에 보이지 않음을 /

난 이제서야 알았네/

 

다른 사람들은 민주화를 외치며/

감옥에 가고/

최루탄을 마시고/

눈물을 흘리고/

닭장차에 끌려가고/

온갖 수모를 당하고/

목숨을 바쳐서 투쟁할 때도/

한 말씀도 없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셨던 분들이?/

이 더운 여름을 더 뜨겁게/

달굴줄도 아는 그분들의/

기회주의적 행태를/

난 이제서야 알았네/

 

난 기대했었지/

배울만큼 배웠고/

알만큼 알고/

냉철한 이성도 가졌을 분들이/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할 줄 알았지/

그러나 그러나/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잡고/

길거리로 쫓아 나갈지는/

정말 몰랐었네/

 

시정잡배나 마찬가지인/

두 얼굴을 가진/

하얀까운 뒤의/

야누스 모습에/

정말 실망했네/

 

아프지 말아야 합니다./

아프면 서럽습니다./

생사의 여탈권을 가진 분들이/

길거리에 있는 한/

기댈 언덕이 없지요./

 

땅이나 집이나 자동차가/

담보물이 된다는 사실만 알았지/

사람의 목숨도 담보가치로 /

훌륭하다는 사실을 /

난 이제서야 알았네/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길거리로 뛰쳐나간 /

그 훌륭하신 분들의/

큰 힘을 ?/

이제야 알게된/

나는 정말 바보처럼 살았나봐요./

 

 

비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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