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동성당 게시판
난 이제야 알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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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을하고/ 머리띠를 두르고/ 주먹을 불끈 쥐고/ 하늘을 향해 치켜들고/ 목청껏 구호를 외치고/ 본연의 업무를 팽개치고/ 거리로 뛰쳐 나오는 것이 노동자 ,농민과/ 운동권의 전유물인지/ 알았었는데/ 청진기를 귀에 꼽고/ 흰가운을 입으신 분들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난 이제서야 알았네/
남보다 많이 배우고/ 남보다 잘 먹고/ 남보다 잘살고/ 남보다 좋은차도 타고/ 남보다 고상한 인격을 가졌을/ 히포크라테스의 제자들도/ 제 밥그릇 앞에서는/ 체면도 인명도/ 눈에 보이지 않음을 / 난 이제서야 알았네/
다른 사람들은 민주화를 외치며/ 감옥에 가고/ 최루탄을 마시고/ 눈물을 흘리고/ 닭장차에 끌려가고/ 온갖 수모를 당하고/ 목숨을 바쳐서 투쟁할 때도/ 한 말씀도 없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셨던 분들이?/ 이 더운 여름을 더 뜨겁게/ 달굴줄도 아는 그분들의/ 기회주의적 행태를/ 난 이제서야 알았네/
난 기대했었지/ 배울만큼 배웠고/ 알만큼 알고/ 냉철한 이성도 가졌을 분들이/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할 줄 알았지/ 그러나 그러나/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잡고/ 길거리로 쫓아 나갈지는/ 정말 몰랐었네/
시정잡배나 마찬가지인/ 두 얼굴을 가진/ 하얀까운 뒤의/ 야누스 모습에/ 정말 실망했네/
아프지 말아야 합니다./ 아프면 서럽습니다./ 생사의 여탈권을 가진 분들이/ 길거리에 있는 한/ 기댈 언덕이 없지요./
땅이나 집이나 자동차가/ 담보물이 된다는 사실만 알았지/ 사람의 목숨도 담보가치로 / 훌륭하다는 사실을 / 난 이제서야 알았네/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길거리로 뛰쳐나간 / 그 훌륭하신 분들의/ 큰 힘을 ?/ 이제야 알게된/ 나는 정말 바보처럼 살았나봐요./
비오 생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