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창가에서
- 이해인수녀님
하늘 그 푸른 둘레에
조용히 집을 짓고 살자 했지
귤빛 새벽이
어둠을 헹구고
눈을 뜨는 연못가
순결은
빛이라
이르시던
당신의 목소리
바람 속에 찬데
저만치 손 흔들며
앞서 가는 세월
나의 창문엔 때로
어둠이 내렸는데
화려한 꽃밭에는
비도 내렸는데
못가엔 늘
꿈을 심고 살자 했지
백합화 촛불 들고
가는 새벽 길에
기도를 뿌리면
돌을 던질 수 없는
침묵의 깊은 바다
내 마음에 태양이 뜬다
꽃들이 설레이며
웃고 있는 밭 사이
창은 하늘을 마시고
내가 작아지는
당신의 길
새벽은 동그란 연못
이만큼
어른이 되어서도
몹시 아플때
엄마 하고 불러보는
나의 기도
이유없이
칭얼대는 아기처럼
아플땐 웃음대신
눈물 먼저 삼키는 나약함을
하느님도 이해해 주시리라
연꽃 가득한
내 이마를
내가 짚어보는
고즈넉한 오후
잘못한 것만 많이 생각나
마음까지 아프구나
창밖의 햇살을 끌어다
이불로 덮으며
나 스스로
나의 벗이 되어보는
외롭지만 고마운 시간
---이해인 수녀님---
이 해인 수녀님이
아프시면서도 글
올린거 같에서 올립니다.
하루속히 건강을 되찾도록
기도 드립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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